이순우 전 우리은행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 연합뉴스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곽상도 전 국회의원 등을 둘러싼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금융 전직 수장을 동시에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지난 16일 이들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지 이틀 만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의 청탁을 받고 우리은행의 사업 참여·대출 결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장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약정하는 과정에서 2014년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었던 박영수 전 특검이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살펴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PF 대출 청탁을 전달한 대가로 200억원의 상당의 땅과 상가를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 전 행장을 통해 당시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부행장급)이던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 등에 접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1~2014년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 전 행장은 유 전 대표와는 대구고 동문이다.
우리은행은 당초 대장동 업자들의 컨소시엄인 '성남의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1500억원의 대출의향서를 내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컨소시엄 참여 및 PF대출 청탁 등을 받아 실제 우리은행 내부에 이런 의견을 전달하고 이익을 받기로 약속하는 등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다만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곽상도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곽 전 의원을 둘러싼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도 이날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곽 전 의원 부자(父子)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아들 병채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와 관련한 참고인 신분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와해 위기 상황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호반건설과 손잡은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경쟁 상대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있던 하나은행과 접촉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나와 자신들과 새로운 컨소시엄을 구성하자고 압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를 파악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위기 상황을 공유했고, 청탁을 받은 곽 전 의원이 김 전 회장 측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남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컨소시엄을 유지해 준 대가로 병채씨에게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큰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 전 의원은 컨소시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12월 검찰 조사에서 '곽 전 의원으로부터 대장동 사업 관련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를 심리한 1심 재판부도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할 위기 상황이 없었다고 보고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1심 판단에 항소한 뒤 병채씨를 부친의 뇌물 혐의 공범으로 입건했다, 또 이들이 받은 돈을 '성과급을 가장한 뇌물'로 보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새롭게 적용했다.
검찰은 이 전 은행장과 김 전 회장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청탁 경위 등을 확인한 뒤 박 전 특검 및 곽 전 의원 부자 등 주요 피의자들 소환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