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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기노동자들의 집회시위 현장을 단속하면서 영장도 없이 전기작업에 쓰는 개인물품까지 모두 가져가고, 사후 영장도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서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나 공권력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전력 협력회사에서 전기작업을 하는 전기원 노동자들은 최근들어 매일 한국전력 부산지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전력 협력회사들이 자신들에게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며 항의하기 위해 여는 집회다.
그런데 지난 4일 오후 5시 50분, 집회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 때쯤 경찰이 갑자기 한 집회참석자가 몰고 온 트럭에서 물품을 꺼내 가져가기 시작했다.
건설노조 김경희 총무부장은 "당시 경찰이 집회참석자들을 앞 뒤로 차단한 뒤 압수영장도 없이 물품을 가져갔으며 집회와 상관없는 사다리 같은 개인작업도구까지 가져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부산진경찰서 김광석 경비과장은 "압수수색영장이 없어도 긴급한 상황에서는 긴급압수를 할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집회 당시 집회 참석자들이 천막을 치고 장기농성에 들어가려고 해서 급히 이를 막기 위해 물품을 압수했다는 것.
하지만 노조 측은 "당시 집회는 오후 6시까지 집회신고가 돼 있어 허가된 시간에 집회가 벌어지고 있었고, 경찰이 압수한 물품도 천막이 아니라 바닥에 깔기 위한 합판과 스티로폼, 개인작업에 쓰이는 사다리가 전부였다"며 강력 반발했다.
건설노조 측은 "경찰이 압수물품을 월요일인 8일에 돌려주겠다는 말을 했다"며 "영장을 받은 것도 없는데 물품을 압수 나흘 뒤에 돌려주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영장없는 긴급압수라도 지체없이 사후영장 받아야영장 없는 물품압수와 관련해 형사소송법 제 216조 3항은 "범죄현장에서 범행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없이 압수,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압수 이후) 지체없이 영장을 청구하여 받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있다.
부산진경찰서는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가,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5일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장없이 물품을 압수한지 24시간이 지난 상황에서야 뒤늦게 영장청구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에대해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법학과(형법) 교수는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영장없이 압수한 경우는 24시간 이내에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과연 당시 영장없이 압수를 할 당시의 피의사실이 긴급을 요하는 사실이 맞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볼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 신라대 경찰행정학과 이주일 교수는 "보통 긴급압수는 수사기관이 긴급체포된 자가 소지하는 물건에 대하여 긴급하게 압수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경우) 긴급압수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며, 압수물품도 피의사실에 관한 물건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