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31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능력이 입증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국제기구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보증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권민철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보고서 핵심 내용이 뭔가요?
[기자]
후쿠시마 사고원전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시설(ALPS)을 통해 처리한 오염수 시료에서 기존에 알려진 방사성 핵종(원자핵종류) 외에 추가 핵종이 나오긴 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따라서 일본의 방사성 핵종 측정법, 분석법이 정확하다, 시료 채취는 적절한 절차를 거쳤다, 이런 내용입니다.
[앵커]
이번 보고서가 벌써 6번째 보고서라던데, 어떤 배경과 맥락이 있나요?
[기자]
일본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고 이것이 바다와 인간에 얼마나 위험한지 자체적으로 조사해왔습니다. 일본 자체 조사라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끌어들인 게 IAEA입니다. 어제까지 모두 6차례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 동안 모두 문제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이번 6번째 보고서 72쪽 분량이라고 하던데, 권 기자가 가장 눈여겨 본 대목이 뭔가요?
[기자]
우리 국민들이 오염수 방류 문제 접하면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한마디로, 처리된 오염수가 깨끗하냐는 것일 겁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오염수를 분석하면 됩니다. 이번 보고서도 이 오염수 샘플을 받아 검증한 결과인데, 검증은 우리나라 등 4개 나라가 시료를 각자 분석해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문제는 이 시료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고서 가운데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앵커]
과학적 검증할 때 샘플링은 중요한 문제이긴 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이번에 주목한 거죠?
[기자]
일본정부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때문입니다. 그 동안 거짓말한 이력도 있고, 말을 뒤집은 적도 있습니다. 문제는 IAEA와 4개 나라가 분석한 오염수의 시료를 IAEA가 직접 채취하지 않고 도쿄전력이 채취한 것을 전달 받았다는 겁니다. 그 과정이 이번 보고서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시료 채취는 작년 3월 24일 이뤄졌습니다. 시료를 채취한 곳은 방류전 오염수를 저장하는 K4탱크 B그룹이었습니다. 1천톤 크기의 10개 탱크가 서로 파이프로 연결돼 있는데, 시료 채취 전 14일 동안 개별 탱크의 물은 휘젓고, 탱크간 물도 펌프로 순환시켰다고 합니다. 시료를 균질하게 만들기 위해서랍니다. 시료 채취는 탱크를 연결한 파이프 한 곳에서 IAEA 인사들이 보는 가운데 진행됐다고 합니다. 채취량은 5리터 플라스틱통 5개, 100mL 유리병 3개였습니다.
IAEA Review of Safety Related Aspects of Handling ALPS-Treated Water at TEPCO's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캡처 [앵커]
파이프에 달린 수도꼭지 같은 곳에서 25.3 리터를 받은 거네요?
[기자]
이들 플라스틱 통과 유리병은 사전에 라벨을 붙인 상태였고, 물을 담은 다음에는 변조 방지 테이프로 현장에서 밀봉했다고 합니다. 상당히 자세히 묘사돼 있죠? 그 만큼 외부의 의심어린 시선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앵커]
IAEA와 일본간 유착돼 있다는 관측도 많은데, 어찌됐건 IAEA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시료 채취 과정엔 문제가 없어 보이네요?
[기자]
그러나 채취 과정에 이상한 것도 없지 않습니다. 시료 채취는 작년 3월 24일날 이뤄졌다고 했죠? 그런데 시료 분석 국가들이 전달받은 시점은 작년 8월~10월 사이였습니다. 5~7개월이나 경과된 이후에 시료를 받은 것이죠. 시료를 주고 받은 과정에 이렇게 많은 장기간이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시료 채취전에 시료를 균질화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이 작업이 끝난 직후에 시료를 채취했는지, 아니면 일주일 뒤에 했는지는 보고서에서 밝혀놓지 않았습니다.
[앵커]
시료 분석을 한번 만 했는지도 궁금한데요?
[기자]
지금 말씀 드린게 1차 시료입니다. 작년 10월, 11월에 2,3차 시료도 채취했습니다. 그런데 2,3차 시료 분석에는 IAEA 말고는 우리나라만 참여중입니다. 이유는 우리나라가 참여를 원해서였다고 합니다.
[앵커]
시료를 몇 개월에 거쳐서 전달 받아서 분석할 게 아니라 이번에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갔을 때 직접 떠와서 분석하면 의심의 여지가 없어질텐데 말이죠?
[기자]
우리 시찰단은 지난주 일본 시찰할 때 시료를 우리가 직접 뜨겠다는 말도 못하고, 시료를 달라는 말도 못했다고 어제 시찰단이 밝혔습니다. 일본이 시찰단의 시찰 범위에서 시료 채취를 제외시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제 브리핑에서 저희 이정주 기자와 유국희 시찰단장간 질문 답변 들어보시죠.
이정주 기자: 5월 21일부터 26일 사이 시찰 과정에선 시료 안 받은 거죠?
유국희 단장: 시료를 채취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 말씀드리면 시료채취의 시점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자]
시료 채취 시점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일본 말대로 오염수가 균질하다고 하면, 언제든 누구든 시료를 채취해 가서 분석할 수 있게 해놓으면 의심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겠죠.
[앵커]
2,3차 시료 분석 결과는 언제 쯤 나오나요?
[기자]
오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IAEA 보고서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3차 분석 결과는 7월 말쯤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오염수 처리에 문제 없다는 듯한 뉘앙스로 이야기도 했는데요. 원안위 임승철 사무처장 설명 들어보시죠.
"삼중수소 말고는 다 이하인걸로 나오고 있습니다.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가 핵종들을 잘 제거하고 있는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시찰단이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여기서 문득 의문이 드는 게 있어요. IAEA 보고서를 왜 굳이 우리 정부가 설명을 해야 하는 거죠?
[기자]
국제기구가 문제없다는 보고서를 내고, 사고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이, 그 보고서를 인정해준다면 일본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일 겁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과 유착돼 있다는 의심을 받는 IAEA 활동을 인정해준다면, 오염수는 안전하고, 따라서 오염수 방류도 괜찮고, 결국 후쿠시마 앞바다는 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될 수 밖에 없겠죠.
[앵커]
우리가 WTO 소송을 통해 정말 어렵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얻어내지 않았습니까? 그 명분이 이런 애매한 대응 때문에 흐려질까 봐 걱정이 되는군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