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 1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무소속 윤관석·이성만 두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수수 사건 수사가 변곡점을 맞았다. 검찰은 돈봉투를 수수한 최대 20명의 의원을 특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송영길 전 대표의 경선 캠프 내부 자금줄을 추적하는 '투트랙' 수사로 사안의 전모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국회사무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의원실 29곳의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출입기록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수수자로 의심되는 의원들의 동선과 행적을 출입기록과 대조하며 교차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사팀은 체포동의안이 불발된 윤·이 의원에 대해 추가 소환이나 구속영장 재청구 등은 당장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 모두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다시 소환하더라도 지난달 조사에서 나오지 않은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낼 확률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두 의원의 추가 진술이나 신병 확보가 없더라도 돈봉투 살포 혐의 입증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무소속 윤관석 의원(왼쪽)과 이성만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자신들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검찰은 전날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헌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 중대성과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등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법원의 심문절차가 진행될 수 없게 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이와 관계없이 관련 수사를 엄정히 진행해 사안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방탄 민주당'이라는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검찰의 수사 정당성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려 야당을 향한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수사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하면서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이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며 "그 20명의 표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다.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의 체포 여부를, 돈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이 수수 의원 숫자를 20명으로 못 박았고 일부 의원의 경우 '인천' 등 지역구를 언급하거나 성씨, 영문 이니셜까지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수수자 특정도 상당수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경과에 따라 이르면 이달 내로 수수가 의심되는 의원들의 줄소환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돈봉투' 수사의 또다른 한 축은 이번 사안의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를 겨냥한 수사다. 검찰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몇 시간 앞둔 전날 오전 서울 영등포의 컨설팅 업체 A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의 경선 캠프에 돈봉투 살포와 무관한 불법 자금의 흔적을 포착했다고 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가 경선 캠프의 자금 흐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두 번째 자진출석을 거부 당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검찰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먹사연(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 사무실 압수수색 및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먹사연 자금 약 1억원이 A사로 흘러간 정황을 잡았다.
검찰은 먹사연이 2020~2021년 지출한 용역비 및 지급 수수료 등과 관련한 회계 자료를 분석하던 중 허위 용역 계약을 통해 정당한 자금 집행처럼 꾸민 것으로 의심되는 내역을 확인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 경선 캠프가 A사에 지급할 선거 컨설팅 비용 약 1억원을 먹사연 단체 공금으로 대납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돈봉투 살포 의혹의 최종 수혜자인 송 전 대표의 혐의 구성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분석한다. 돈봉투를 수수한 의원의 숫자와 신원을 특정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경선 캠프 전체의 자금 운영을 조명하면서 두 번이나 자진 출석을 시도한 송 전 대표를 옥죄는 두 갈래 수사인 셈이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여전히 돈봉투 의혹에 관여·인지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