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대법원 법정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기업이 쟁의를 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노동계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국회가 이른바 '노란봉투법' 개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15일 오전 11시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와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4건과 쌍용자동차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건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양대노총은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판결의 의미를 존중해 국회는 상정된 노조법 2,3조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쟁의행위로 인한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무분별한 고정비 손해배상청구에 제동을 걸었으며, 쟁의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엄격히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또 "향후 대법원이 헌법상 노동3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살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고, 또한 오늘 대법원 판결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묻지마식 손해배상 청구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로, 현재 국회 본회의 문턱에 계류돼있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신속히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노동자를 때려잡는데 노사법치주의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국회 입법권을 존중해 거부권 남용을 중단하고,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조법을 제·개정하는데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관련 노동시민단체도 양대노총과 더불어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며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노란봉투법 추진단체인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그동안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금액들이 1,2심 선고 과정에서 있었다는 것"이라며 "특히 고정비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파업 종료 후에 손실 부분은 노동자들이 연장 근로하거나 휴일 근로를 해서 추가 생산을 해 손해가 만회된 경우들이 있고, 어떤 경우에는 매출 감소 부분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노란봉투법을 처음 나들 때도 계속 강조했던 게 일방적인 회사의 주장만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재판 과정에서 저희가 꾸준히 문제를 지적해왔다"며 "이런 부분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드라났다는 점에서 저희는 '부르는 게 값'인 손배 제도의 방식이 악용되는 부분을 노란 봉투법 개정을 통해 중단할 필요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영계는 사용자가 불법 쟁의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용연 노동정책본부장은 "불법 쟁의행위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공동 의사에 기초한 하나의 행위 공동체로서 행한 것"이라며 "공동 불법행위에 가담한 각 조합원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전체에 대해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관계 없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불법 쟁의의 손해배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향후 개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공동 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 보호가 어려워진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