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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중증질환 필수藥 1년째 품절…정부 도대체 뭐하나"

보건/의료

    "소아중증질환 필수藥 1년째 품절…정부 도대체 뭐하나"

    아동병원협회 "뇌전증 발작억제 등 품절 약품 141개 달해"
    처방돼도 약이 없어 못 줘…"제약사·도매상 전화 돌리기 일상"
    "제대로 못 만들면 수입이라도 하라…소청과 진료 포기했나"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대한아동병원협회 회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소아청소년 중증질환 필수의약품의 장기간 품절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의 부족으로 소청과 의료대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약품 공급마저 원활치 않아 환자와 의료진의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동병원협회는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아동병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4곳의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필수의약품 수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아동병원은 동네 소청과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사이 중간단계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협회에 따르면,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약(데파코트 스프링클제형 및 파이콤파 현탁액) △터너증후군 치료제(프레미나정) △성조속증 필수진단 시약(렐레팍트 LH-RH 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 △성조속증 치료 주사약(데카펩틸 주사약)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독감 치료제 △해열제 등 '수시 품절'로 집계된 필수의약품은 141개에 달한다.
     
    이 약들은 최소 2주에서 길게는 1~2년 이상 공급이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몇 달 간 생산이 아예 안 되고 있는 의약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중증질환의 경우, 진단·치료 방법이 제한적인 만큼 필수약 품절로 인한 고통도 더 크다는 게 협회의 전언이다.
     
    특히 뇌하수체 성선자극 검사시약인 '렐레팍트'(한독약품 수입)는 1년째 품절로, 선천성 기형이나 수술 후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 확진에 대한 치료 결정 자체가 어렵다는 현장 발언도 나왔다. 성조숙증 치료제로 별다른 대체재가 없는 '데카펩틸'(한국페링) 등도 비슷한 형편이다.
     
    성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터너증후군을 앓는 소아환자에게 투여되는 '프레미나정'은 질환 관련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유일한 약인데, 역시 물량이 없는 상태다.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대한아동병원협회 회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협회는 "터너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외부에서 호르몬을 투여해 사춘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 약이 없으면 2차 성징이 발현되지 않고 골다공증이 더 빨리 발생한다"며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이 호흡기 기본 필수약 품절사태는 2000년대 초반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왜 폐렴, 천식 등과 같은 하기도 감염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약들의 장기품절 사태 해결을 위해 다그치는 사람이 없고,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뇌성마비나 발달지연을 겪는 아동들은 물약·알약 섭취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약 성분이 같다고 무조건 복용이 가능한 것도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희귀질환이라서, (아니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어린이라서 필수약 품절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것인가"라며 "소수라서 이같이 방치하는 거라면 잔인한 나라고, 돈이 없어서 수입을 못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과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의료 선진국으로 불릴 만한 나라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협회 이홍준 정책이사도 "제대로 된 감기약도 없이 다가올 가을·겨울을 어떻게 날 것인지 (답답하다)"라며 "의료진과 부모들은 오늘도 품절된 처방약들을 구하기 위해 약국 전화를 돌린다. 품절 시마다 코드 변경, 도매상 연락, 길어지는 조제시간에 대한 보호자 불평 등은 이제 일상"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조사가 공급사에 문의하면 수입이 되지 않는다거나 생산 계획이 없다는 해명뿐"이라며 "정부가 혹시 소아청소년 진료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동석한 새고운 메디컬약국의 박소현 약국장은 "일반약 해열제까지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계속해서 약이 필요한 환자 분들에게 '약이 없다'고 말씀드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품절되는 약제도 소아 환자에게 다빈도로 처방되는 항생제·해열제·변비약 등으로 정상적인 처방 조제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원료약 수급이 어렵고 약가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처방할 약조차 부족하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약품 생산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어린이 인구 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지면 기업 입장에선 기본약 생산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당국이 제값에 수입도 못하게 하고 제값에 생산도 못하게 했다. (같은 맥락에서) 필수의료 의사 부족도 그래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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