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뇌가 흥분한다…AI가 노리는 '일자리' ② 영화·드라마·책으로 보는 AI 시대 재구성 ③ 자가발전하는 AI와 공존할 수 있을까
|
세계 최대 사진전인 SWPA에서 AI로 만든 이미지가 우승하자 출품자가 AI로 만들었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연합뉴스"생성형 AI 기술은 일부 반복적이고 루틴한 작업들을 자동화할 수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창의성, 감성, 문제 해결 능력 등 인간적인 특징을 필요로 하는 직업들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챗GPT는 AI(인공지능)가 불러올 창작자나 사무직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이어 "AI가 창작자나 사무직 종사자들의 작업을 자동화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작업자들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디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면서도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때 일자리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지속적인 교육 및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회학자스러운 답변이 챗GPT가 스스로 비교 분석해 학습한 답을 내놓은 것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사인 오픈AI 엔지니어들이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해 일정한 답변이 미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일자리의 위협은 인류 생존의 문제이고 나아가 행복할 권리를 유지하는 중요한 지렛대다.
AI와 공존하는 미래를 그린 SF 소설이나 영화가 우리 사회에 오히려 불평등 구조를 가져오며 일자리를 빼앗고 결국 자본과 AI가 인간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문학·영화적 상상력을 통한 경고의 메시지를 오락적으로 판단할지, 인간의 욕망과 윤리적 문제를 진지하게 곱씹어볼지는 순전히 자신의 영역이다.
창작 영역에서는 가장 지대한 문제다. 문화예술계가 전통적으로 과학만능주의와 인공 생명체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 통제된 사회적 시스템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작품들에 주목해왔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미국작가조합(WGA)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글로벌 OTT 업체들의 불공정 계약을 비판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면에는 제작자의 의도에 맞는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을 자동화해 만들어주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산업을 강타하면서 저작권 문제나 작가들에 대한 의존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웹툰작가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국제사무직노동조합연맹 한국협의회도 지난 14일 WGA 연대 집회를 열고 국내 방송사·제작사의 불공정 관행이 OTT와 AI의 발달로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제작사들이 AI가 만든 대본 초안을 작가들에게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작가의 창작성을 착취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I의 초안은 인터넷 상에 있는 기존 작품, 문장을 긁어모아서 취합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어문 저작물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승현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소속 작가는 "AI가 만들어낸 초안을 아주 낮은 단가에 각색하라며 작가에게 맡기고, 적은 돈을 받은 작가는 각색뿐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웹툰 작가. 연합뉴스이미지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웹툰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급부상하자 웹툰 제작사들도 앞다퉈 AI를 활용한 스토리 제작, 웹툰 작화 및 채색 등을 자동화하고 있다. 콘텐츠 특성상 지적재산권(IP)를 많이 확보할수록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 플랫폼에 연재하기도 했던 한 웹툰 작가는 "웹툰 초기에는 작가 혼자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채색 작업까지 모두 도맡았다면 지금은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를 차리고 보조작가를 두는 협업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며 "일부 후발주자 제작사들은 이름 있는 작가를 섭외하고 나머지 제작은 AI를 이용해 자동화 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나 유명 작가의 책을 내는 것과 별개로 웹소설이나 웹툰으로 시각을 돌리는 출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도 문학인들의 거부감이 아직 커서 AI를 이용한 소설 구상이나 집필은 내부적으로 실험해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재정적 문제, 소재발굴의 한계, 조사시간의 부족 등으로 인한 창작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외 생성형 AI를 활용한 스토리메이킹 툴킷이 개발되고 있다. 제작자가 요구하는 장르나, 스토리, 캐릭터 등의 구조를 입력하면 시놉시스가 만들어진다. 나아가서는 세계관을 만들고, 줄거리와 부연설명, 캐릭터의 대사까지 제안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포럼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우려가 나왔다.
오영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생성형 AI를 두고 "새로운 리얼리즘의 탄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챗GPT를 이용해 공포이야기를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인간 입장에서는 상식이나 편견으로 뚫어내지 못하는 걸 인공지능은 잘해냈다며 점과 점을 찍어주면 이것을 연결하는 힘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포럼. 김민수 기자 송희구 작가는 "인공지능에 대해 솔직히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드라마 극본을 쓰고 책을 쓰는 입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밝힌 그는 "작가의 미래 직업을 생각해보면 종국에 가서는 작가가 아닌 엔지니어들이 글을 쓰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AI가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더 감동 있게 쓴다면 우리는 여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핵심은 AI에 정복 당하는게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 지능과 인공 지능이 경쟁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직 있다 봤다"고 말했다.
재담미디어 박석환 이사는 최근 네이버 유료 웹툰에서 AI를 이용한 후보정 작업으로 논란이 발생한 사례를 언급하며 "산업적으로 보면 AI를 창작 영역에 사용하고 콘텐츠 산업에 안착할 것은 당연 수순이 될 테지만 어떤 단계에서 유료 콘텐츠의 도구로 쓸지 창작자도 소비자의 수용태세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속도조절론을 시사했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AI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되고 매우 효율적인 도구로서 협업하며 공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저작권 갈등과 불공정 관행에 치여온 경험칙을 들어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AI가 한계에 부닥친 누군가의 창의적 아이디어의 돌파구가 될지 모르지만, 개인의 창작활동이 제한된 기회의 박탈이 가져올 우려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 불균형을 해소하는데는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