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제공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비 오는 여름 방학, 중학교 도서부 소속 종이접기 클럽 멤버인 세연, 모모, 소라는 학교에 모여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에 멤버들은 도서실 귀신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운동장 나무 밑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지른다.
'발랄함과 으스스함, 찡함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은 소설가 이종찬의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천 개의 종이학과 불타는 교실'은 종이접기 클럽 멤버들이 불가사의한 사건에 휘말리며 학교 안의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학원 미스터리물이다.
멤버들은 자신들이 겪은 기묘한 일과 괴담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선다. 비밀과 실체의 조각들을 맞춰가며 도서실 캐비닛과 벽 사이의 틈으로 통하는 통로로 향하는데….
궁금증을 유발하는 학교 안의 미스터리와 타임슬립, 끝까지 혼자 접어야 하는 종이접기지만 언제나 함께 모여 앉을 수 있는 '혼자'와 '함께'를 경험하는 활동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도서부와 종이접기 클럽의 미스터리한 모험 이야기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창비의 영어덜트 'Y소설' 시리즈다.
이종산 지음ㅣ창비ㅣ232쪽
은행나무 제공 영원히 알거나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다
폐쇄된 공동체에서 일어난 실종, 도심에 나타나기 시작한 빨간 마스크,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나를 쳐다보는 눈,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
도시괴담을 테마로 도시가 내포한 공포와 불안을 폭착한 젊은 작가 8인의 소설집이 출간됐다.
도시는 사람과 장소, 역사와 자본, 힘의 논리와 일상의 논리 등이 무수히 중첩된 공간이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한 것, 끝내는 믿을 수조차 없는 것들에 대해 폭로하는 도시는 "이미 알아버렸는데, 이 불안, 이 의심이 사라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처럼 괴담을 품고 우리 곁을 맴돈다.
강화길의 '꿈속의 여인'은 폐쇄된 공동체 해인마을에서 일어난, 아무도 실종이라고 말하지 않는 실종 사건을 다룬다. 김멜라 '지하철은 왜 샛별인가'는 가장 도시적인 공간이 지하철과 '잡귀'라는 환상의 존재를 매치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한복판 명동, 그 구체적 장소에서 진행되는 서장원의 '소공'에는 어깨 위에 작은 생명을 엊어두게 된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이원석의 '마스크 키즈'에서는 2000년대를 휩쓸었던 '빨간 마스크' 괴담을 중심으로 '빨간 마스크'를 만나기 위해 모였던 '마스크 키즈'들을 다시 소환한다. 이현석의 '조금은 불편한 사람들'은 최근 한국 사회에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두려움의 순간을 그리고, 전예진의 '베란다로 들어온'에서는 '초자연적 존재는 스스로 문을 열지 못한다'는 속설을 떠올리게 하며 갈라진 삶의 안쪽과 바깥쪽을 그려낸다.
'무한'을 쫓는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현대 예술계의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도시괴담 이야기 정지돈의 '무한의 상태', 몰래카메라를 주제로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다룬 '모르는 척하면서'를 통해 도시의 섬뜩한 모습을 일깨운다.
강화길 외 7인 지음ㅣ은행나무ㅣ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