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권익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22년 7월 19일자로 접수된 제보였습니다.
당시 제보를 정리한 문건은 "'위원장 출퇴근 시간 상습 미준수, 차명 변호사 사무실 운영'이라고 단 3줄로 되어 있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CBS노컷뉴스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권익위 감사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의 140페이지에 이르는 '검토보고서에는 "(제보 내용에)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제보자나 제보를 받은 직원에 대한 것도 없이, 단순히 이런 내용으로만 되어 있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조은석 검토보고서 "3줄 제보로 시작한 전현희 감사…법 위반 정도 중대"
문제는 감사원의 '감사정보 수집 및 처리규정'에 '감사정보'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부실한 내용의 제보는 '단순종결'로 처리하는 게 감사원의 규정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감사원은 '단순종결'이 아니라 기다렸다는 듯이 감사실시계획을 수립하고, 권익위에 감사실시를 통지한 겁니다. 물론 제보 내용에 대한 검증이나 보완은 없었습니다. 감사원 규정에는 감사정보의 요건을 '정확성, 완전성, 적시성'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은석 감사위원은 "제보를 정리한 문건을 보면 '단순종결 사항'임에도 아무런 검증과 보완없이 곧바로 감사실시계획을 수립하고 감사실시를 통지한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검토보고서에 밝히고 있습니다.
제보 내용 중 '차명 변호사 사무실 운영'을 확인하려면 최소한 대한변호사협회에 관련 자료 요청을 해야 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는지? 사무실을 열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만 그 누구를 상대로 조사하거나 자료제출 요구 등 어떠한 조사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겁니다.
조 위원은 "'감사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감사정보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 걸 근거로 감사실시계획을 수립하고 감사실시 통보를 한 것은, 결국 차명사무실 정보가 근거가 없고 사실과 다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소지와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위원은 더 나아가 감사원이 감사시작 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수사요청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연합뉴스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하면서 범죄사실이 발견되면 고발이 원칙이고, 수사요청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사유 발생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그때 판단하여 예외적으로 하는 것임에도, 7월 27일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계획을 수립하면서, 8월과 9월 두 차례 감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계획서에 일관되게 '수사요청'을 기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감사원의 권익위에 대한 감사가 처음부터 전현희 위원장을 겨냥한 표적감사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지적한 겁니다.
헌법 제98조 ①항에 "감사원은 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 11인 이하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감사원법 제12조에는 '감사원의 감사정책 및 주요 감사계획에 관한 사항을 '감사위원회의에서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 위원은 "현직 장관급 독립기관의 장에 대한 대인감찰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국민적 관심이 큰 것으로 주요 감사계획에 관한 사항이어서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서 실시해야 함에도 의결이 없이 감사를 한 것은 '감사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석 주심위원은 "범죄수사가 아닌 감사는 사후적인 감사와 감찰이 갖는 속성상 범죄수사에서의 긴급체포 및 압수수색과 같은 긴급성을 전제한 제도가 아닌데도,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감사에 착수한 것이나 허위의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은 형사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혀 감사원의 권익위에 대한 감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걸로 보입니다.
'위원장 출퇴근 시간 상습 미준수'라는 제보 내용도 감사대상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게 조은석 주심위원의 분석입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던 중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연합뉴스장관급인 정무직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출근이나 퇴근시간 준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국가공무원 복무 및 징계 예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출.퇴근 및 근무시간 등 복무 점검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장은 임의 판단으로 출장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세종청사에 소재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들이 대통령실과 국회가 있는 서울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건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근무지가 세종청사인 공직자가 서울에서 업무를 볼 경우 '출장'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감사원은 권익위원장의 출장여부를 검토하지 않았고, 운전기사의 시간외 근무 내역 등을 조사하지도 았았다고 합니다.
조은석 위원은 검토보고서의 말미에 '익명의 제보자'가 권익위 고위관계자가 맞는다면 '무고로 고발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조 위원은 "차명사무실 등 관련 신고내용이 허위임이 명백하고, 감사원 조사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거짓 진술을 해 이를 근거로 전현희 위원장을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수사요청하게 되었으므로, 무고로 고발할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위원은 또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기 전 방어권 보장을 위해 사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권익위에는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으로만 통보했을뿐, 전현희 위원장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고 종료할 때까지 조사개시 통보를 하지 않는 것은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원규칙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독립기관의 장에 대한 출퇴근 점검은 선례가 없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위원은 결론적으로 "감사정보 수집 및 관리, 감사계획과 실시, 감사절차 등에서 감사원법·위임 법규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는 조은석 감사위원의 주장에 대해서 7명의 감사위원 중 소수의견이었기 때문에 감사위원회에서 채택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