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음악가로 활동하는 A(29)씨는 10년 전인 2013년 병역 검사에서 신체 등급 2급으로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대학교 재학을 이유로 4년 동안 입대를 연기했고 2018년 다시 병역 검사를 받았지만, 또 같은 판정이 내려졌다.
A씨는 이후에도 "다른 대학교로 편입한다"라거나 "자격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며 또다시 3년 넘게 입대를 미뤘다.
그는 지난해 4월에는 "병역법에 규정된 생계유지 불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역병이 아닌) 전시근로역으로 편입해 달라"며 인천병무지청에 병역 감면을 신청했다.
전시근로역은 신체 등급 5급으로 판정받으면 편입되는 병역 처분이다. 평시에는 병역 의무가 없고 전시 상황에서만 군사 업무를 지원하기 때문에 현역병으로 입대하지 않아도 된다.
병역법 62조에 따르면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자신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될 수 있다. 병무청은 입영대상자 가족의 재산과 월수입 등을 따져 이 조항의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5개월 뒤 인천병무지청은 A씨 신청을 기각하면서 "2022년 10월 25일 오후 2시까지 육군 모 사단에 입대하라"고 통지했다.
그러자 A씨는 현역병 입영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에서 "어머니가 암 수술을 받아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며 "수술 후 어머니는 내가 (계속) 부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다른 형제 한명이 있지만 1년 넘게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고 부양 의사나 능력도 없다"며 "(내가 없으면 어머니가)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도 현역병으로 입대하라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천지법 행정 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A씨가 인천병무지청장을 상대로 낸 현역병 입영 처분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은 A씨가 현역병으로 입대하더라도 다른 형제의 부양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천병무지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가족으로는 6개월 넘게 질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머니와 이부형제가 있다"며 "원고의 재산은 병역 감면 기준에 충족하지만, 월수입은 기준을 넘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는 현역병 대상자 처분을 받은 이후 9년 동안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하다가 더는 불가능하게 되자 생계유지 곤란을 이유로 병역 감면을 신청했다"며 "그동안 음악가로 상당한 수입을 얻어 어머니 생계를 대비할 기회가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이부형제 B씨도 친아들이어서 민법상 부양 의무자"라며 "그의 월수입을 고려하면 부양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