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국회의원 징계안 심사제도 실태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최근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코인 투기 의혹'으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의 징계안 심사를 받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5년 간 국회 본회의에서 징계안이 통과된 경우가 단 한 건에 불과하다며 국회의원의 '제 식구 감싸기'를 꼬집었다.
경실련은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리특위는 자문위 징계 권고를 방치하지 말고 제대로 처리하라"고 비판했다. 특히 자문위를 향해서 "김남국 의원 징계안에 대한 자문위의 철저한 심사와 윤리특위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1991년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제정하고 국회법을 개정해 윤리특위에서 국회의원의 징계안을 심사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윤리특위가 국회의원들의 징계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010년에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꾸려 민간 위원들이 징계안에 대한 의견을 권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했다.
조사 결과, 13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접수된 징계안 280건 중 윤리특위가 심사한 경우는 12건(4.8%)에 그쳤고, 이중 본회의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이번달 기준 징계안 42건이 발의된 상태다.
세부적으로 21대 국회 징계안 접수 사유를 살펴보면, △국민 대표자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15건(동료 의원에 대한 모욕 및 인신공격 8건, 역사 왜곡 등 망언 5건, 성추행·성범죄 1건) △국민 봉사자로서 공익 의무를 위반해 불성실한 의정활동을 하거나 사익을 추구한 경우가 2건, △공직자로서 청렴 검소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11건(부당한 영향력 행사 5건, 공직 윤리 위반 3건, 부정한 이득 도모 3건, 국회 구성원으로서 적법 절차 준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가 4건(의사진행 방해 등) △정치인으로서 공사 행위 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10건(허위사실 유포 8건, 비공개정보 유출 2건) 등이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휘원 경실련 선거제도개혁운동본부 팀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실련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의장석 점거 사유로 출석정지 30일 처분을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21대 국회에서도 접수된 징계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개정 국회법에 따르면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 점거한 국회의원은 윤리특위 심사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 의결을 통해 징계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김 의원은 의장석 점거 사유로 출석정지 30일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2010년 윤리심사자문위(자문위)의 구성 이후에도 제대로 된 징계안의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자문위가 징계를 권고해도, 윤리특위와 본회의에서 이를 미루는 방식으로 자문위의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2010년부터 자문위가 현재까지 징계 의견을 제출한 59건 중 28건(47.5%)에 대해 징계를 권고했으나 이 중 2건(18대 국회 강용석 의원, 19대 국회 심학봉 의원)만 윤리특위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머지 26건은 모두 자문위의 징계 권고에도 불구하고 윤리특위의 심사 지연으로 임기 만료 폐기됐다"며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윤리특위가 징계안 심사를 미루는 방식으로 자문위의 징계 권고를 임기만료 및 폐기시키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윤리특위의 재(再)상설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자체 조사권과 고발권 부여 △윤리특위 및 본회의의 징계안 심사기한 설정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