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방, 외교, 통일 이슈를 좀더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김형준 기자의 안보열전 코너입니다. 오늘 두 번째 시간인데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셨나요?
[기자]
지난 5월 31일 새벽에 뭐하고 계셨어요?
[앵커]
새벽을 얘기하는데 또 안보열전 기자가 물어보니까… 사이렌 울렸던 거 얘기하시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그 사건입니다.
[앵커]
깜짝 놀라서 깼죠, 뭐.
[기자]
그 때 저는 아침 방송 뉴스에 바로 들어갔어야 했고… 한바탕 난리를 치렀어야 했는데, 아무튼 서울에 실제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리면서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북한 우주발사체, 이름은 천리마-1형. 다 기억나실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추락했잖아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에 인양돼 6월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로 이송,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기자]
군이 이 발사체의 2단으로 추정되는 동체를 서해에서 지난달 15일에 인양하는 데 성공했어요. 보름만에 성공한 셈이죠. 그래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에 들어갔는데요.
어저께 합참이 그 결과를 아주 짧게 공개했습니다. 내용은 이래요. "우주발사체와 위성체의 주요 부분을 인양하여 한미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저도 어제 이 뉴스를 전해드렸는데 제가 보고 '이걸 어떻게 설명드려야 하지?' 하고 약간 헷갈렸거든요. 전혀 효용성이 없다는 게, 우리가 분석할 때 효용성이 없다는 건지, 아니면 군사적으로 어떤 무기의 기능이 없다는 건지 헷갈렸어요.
[기자]
그러니까 오늘 그 얘기를 자세히 해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일단 위성의 주요 부품은 건졌다는 걸 이 문장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고요. 실제로 합참도 여기에 함축적인 의미가 들어 있으니까 이해해 달라고 얘길 했습니다.
보통 정찰위성의 해상도가 1미터 이하, 서브미터는 돼야 쓸모가 있다고 평가를 합니다. 1미터 해상도는 가로세로 1미터짜리 물체를 점 한 개, 픽셀이라고 하는데 이걸로 인식한다는 얘깁니다. 픽셀이 여러 개 모여서 화상을 만드는 건데 선진국 정찰위성은 해상도가 30이나 50센티미터, 이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훨씬 더 촘촘한 픽셀이 되겠네요.
[기자]
네, 근데 쓸모가 없다고 했으니까 발표 내용을 감안해보면 북한이 이번에 쐈다는 정찰위성 만리경-1호는 여기에 못 미치는 성능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입니다.
[앵커]
무언가를 찍었을 때 굉장히 큰 모자이크처럼 식별할 수가 없는 사진을 찍는?
[기자]
그렇게 나오거나 굉장히 멀리서 찍어야 겨우 지도에 나오는 정도로 보이거나. 사실 북한 광학기술 수준을 고려해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기는 했어요.
다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군사적 효용성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얘기다",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하면 되는 얘기라면서 "북한 입장에선 전차, 트럭, 해군 함정 정도만 식별해도 큰 효용성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전혀'라는 말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앵커]
그러고 나서, 또 뭐가 공개됐어요?
[기자]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 세부 내용에 대해서 군이 일절 침묵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혀 효용성이 없다'라는 말이 함축적인 거니까 잘 선해해 보세요, 그 이후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기자]
아무것도 없습니다. 취재를 좀 해보니까 일부러 안 하는 거랍니다.
[앵커]
일부러 얘길 안 하는 거라고요? 그런데 제 기억에는 북한이 뭘 쐈다거나 했을 때 군이 내용을 꽤 공개했던 것 같거든요?
북한이 지난해 11월 2일 강원 원산에서 발사해 분단 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군이 인양, 11월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공개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기자]
맞아요. 지난해 11월 북한이 미사일 1발을 동해 북방한계선, NLL 이남으로 발사해서 울릉도에 실제공습경보가 울린 적 있었잖아요. 그 때 군이 이걸 인양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미사일 실물을 국방부 청사로 가져왔고, 이거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소련제 SA-5 지대공미사일이다, 어떻게 분석해서 어떻게 결론을 내렸는지 상세히 설명했거든요.
과거 2012년하고 16년, 이번하고 비슷하게 은하, 광명성 로켓이라고 하는 우주발사체 쐈을 때도 그거 건져서, 예를 들어서 연료는 하이드라진에 산화제를 적연질산을 쓴다, 뭐 이런 내용까지 다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이렇게 나오는 데는 어떤 이유가 당연히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앵커]
저도 뉴스를 전하려다가 굉장히 헷갈려서 멈칫멈칫하고 여러 가지 찾아보고 해서야 이해했는데, 어떻게 효용성이 없다는 건지 국민들한테 설명을 좀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러니까요. 이런저런 속내가 있는 것 같아요.
[앵커]
근데 안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보시는데 안 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속내가 뭐냐면 먼저 대북 정보전 또는 심리전 차원인데, 좀 과격한 말로는 블러핑을 치는 겁니다. 우리가 너네, 그러니까 북한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거 인양한 거 분석해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뭔지는 말 안 해준다. 이런 겁니다.
[앵커]
우린 다 알고 있지만 알려주지 않겠다?
[기자]
예를 들어서 우리가 분석을 해서 전체가 100인데 그 중에 한 50 정도까지 알아냈다고 가정을 해 볼게요. 그런데 발표할 때는 50인지 70인지 80인지 100인지 일부러 발표 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면 '쟤네가 50 말고 70이나 80, 90, 100까지 아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는 거예요.
실제로 북한은 우리 언론보도 내용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분석한 내용을 다 공개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가 자기들 기술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또 모르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북한이 알게 되기 때문에, 우리가 노릴 수 있는 효과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거죠.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현재 남북은 정전 상태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기술은 적에게 이로운 정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원래 인공위성은 첨단기술의 집합체예요. 항공우주 기술과 첨단기술. 고해상도 이미지 센서, 자세제어 장비, 스타트래커라고 별을 추적하는 항법장비, 별의별 게 다 필요한데 이걸 북한에서 다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어디서 갖고 와야 해요.
근데 그러면 그게 어디서 났을까? 누가 대북제재를 어기고 북한에다 이걸 갖다 줬을까.
[앵커]
우리는 기존에도 추적하고 있었겠죠?
[기자]
네, 당연히 하고 있었겠지만 이번에 건진 걸 통해서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겠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막아야죠. 누가 대북제재를 어겼는지 알아내서 그걸 차단해야 하니까 북한이 부품 입수 경로 같은 걸 바꿔버리지 못하도록 최소한만 공개하고 정보를 통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섣불리 정보를 냈다가 경로를 바꿔 버리면 그 동안의 추적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네요.
[기자]
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의 반발 및 추가 도발을 우려해서 잔해물의 공개를 피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이 있었거나, 보안상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거나, 인양 잔해물의 완성도 수준이 낮아서 섣부른 분석 결과가 잘못된 판단이 돼서 추후 북한이 우리 군을 조롱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앵커]
이야기를 들으니까 약간 설득이 되는 것도 같아요. 그런데 기존에 공개를 했던 상황도 있었단 말이죠. 그 때는 왜 공개한 건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이런 비판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잖아요. 우리에 대한 위협이 있다면, 그게 정확히 뭔지 국민들에게 알리고 문제 제기와 토론 등을 통해서 최선의 대응책을 찾는 게 기본입니다.
인양 때로 잠시 돌아가 볼게요, 6월 16일. 정확히는 인양해서 언론에 공개할 때. 그 때 제가 평택 해군 2함대 현장에서 발사체 실물을 보고 왔거든요. 로켓 자체에 대해서 진짜 아무것도 얘기를 안 하는 거예요.
[앵커]
기자들이 거기 다 몰려갔는데?
[기자]
네, 그래서 군이 정보를 너무 숨긴다는 비판을 받았었는데, 당시 저와 국군정보사령부 관계자의 실제 대화를 한 번 들어 보시죠.
"엔진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말씀을 해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분도 제한이 될 것 같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엔진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말씀해 주셔도 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그 부분도 제한된다?
[기자]
사실 이건 한 부분만 따온 거고 비슷한 질문, 그러니까 어떠어떠한 게 있고 없고는 그냥 보면 아는데 그걸 왜 말을 못 한다는 거냐? 이렇게 항의한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저도 포함해서.
[앵커]
평택까지 갔는데 정말 답답해했겠어요.
[기자]
그러니까요. 거기다가 중요한 부분 앞뒤는 다 가려 놨고, 금방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걸 얘길 안 하니까 당국자 분들하고 저희하고 입씨름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보장교, 공군 소령 출신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어떤 민감한 정보는 우리가 발표를 해 버리면 그 첩보의 출처가 드러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그게 핵심이라고 하고요.
근데 이건 우리가 바다에서 건진 거잖아요. 출처 보호랑은 크게 관계가 없는 것 같고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수는 있는데 우주발사체가 거기 해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이건 국민의 알 권리와 국가안보 가운데 뭐가 우선이냐는, 언론과 군의 관계를 다룰 때 굉장히 고전적으로 나오는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발표를 안 하는 데 타당한 점도 분명 있는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정도가 좀 심하다는 것도 유효한 비판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