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82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백병원이 8월 31일로 진료를 완전히 종료한다. 인제학원은 1745억원에 이르는 누적적자를 이유로 폐원을 결정한 뒤 종사자들의 반발로 내홍을 겪어 왔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각 부속병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8월 31일까지 외래, 응급실, 입원 등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원내 공지와 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외래·입원, 예약환자를 대상으로 이같은 사실과 함께 진료 및 각종 서류발급 관련사항 등을 안내하고 입원환자의 타 병원 전원(轉院)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백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 7명은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형제 백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의 이동을 적극 지원해 수련과정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체 검진과 임상 연구 등 진행 중인 사업도 다른 백병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백병원은 지난 1941년 고(故) 백인제 선생이 '백인제외과병원'이란 이름으로 처음 개원했다. 인제학원은 2016년부터 경영정상화 TFT를 운영하며 병상 및 인건비를 감축해 왔지만, 지난달 20일 이사회에서 끝내 폐원을 결정한 바 있다.
어떻게든 의료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컨설팅을 받고,
종합병원 유지와 전문병원 전환, 검진센터 및 외래센터 운영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분석·논의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인제학원의 결론이다.
병원 측은 이날 도심 공동화와 주변 대형병원 출현 등으로 이미 중증환자나 수술보다는 경증환자 위주의 진료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 3~5월 평균 병상 가동률은 66.2%, 일평균 수술건수는 9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전체 의료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 부지 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현재 부지와 관련해 그 어떤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가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 폐원 결정에 항의하는 피켓이 붙어 있다. 서울백병원 법인 인제학원 이사회는 20일 만장일치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가결했다. 병원 측은 1745억원의 적자 발생 등으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을 폐원 이유로 들었다. 류영주 기자서울시가 향후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은 또한 "추후 폐원 절차가 마무리되면 별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며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게 되든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병원 구성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후속 조치도 진행하겠다며, 형제 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조치를 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노조와 교수, 동문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지부는 병원 측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종료시점을 결정했다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동문들도 성명을 통해 "인제학원 이사회의 독단적인 폐원 결정에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난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며, 재단 이사회가 서울백병원의 현 위기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없는지를 엄중히 묻는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백병원은 한국 최초의 현대식 민간병원으로 우리나라 의료의 한 축을 굳건히 담당해온 서울 근대화의 중요한 유산이자 중구 유일의 대학병원"이라며 "이사회는 '인술로써 세상을 구한다'는 백병원 설립이념을 명시하고 서울백병원이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폐원 의결 철회를 요구하며 "(이사회는) 서울백병원이 의료와 의학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