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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찔까봐 고른 '제로' 음료 '발암' 논란…먹어도 될까?[노컷체크]

사회 일반

    살 찔까봐 고른 '제로' 음료 '발암' 논란…먹어도 될까?[노컷체크]

    CBS 조태임의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제로 음료, 막걸리, 약에도 들어가는 '아스파탐'
    가격은 저렴하고 칼로리는 낮아 '소비자, 업계' 모두 열광
    국제 암 연구소(IARC)…아스파탐 '잠재적 발암효과'
    같은 2B군에 매일 먹는 '절인 채소'(김치, 피클 등) 포함

    연합뉴스연합뉴스
    ◇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선정수> 여기저기서 굉장히 흉흉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요. 특히 먹을거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일단은 인공감미료로 많이 쓰이는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지정될 거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것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조태임 > 관련 보도가 나간 뒤에 업계도 그렇고 소비자들도 그렇고요. 난리가 났습니다. 설탕을 줄여줘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었는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에 당황스러운데요.  일단 아스파탐이 뭔지 부터 살펴보고 시작하죠.
     
    ◆선정수> 아스파탐은 1965년 미국의 한 제약회사의 화학자인 제임스 슐래터가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물질입니다.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과 아스파르트산을 메탄올을 촉매로 사용해 합성했다고 합니다. 슐래터씨가 이 물질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종이를 넘기기 위해 손가락에 침을 묻히던 중 강력한 단맛을 느낀 것을 계기로 발견됐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내지만 1g당 열량은 설탕과 같은 4㎉이기 때문에 저칼로리 감미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극소량만 넣어도 단맛을 내기 때문에 설탕보다 원가 부담도 적은 편이죠.
    1974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가 조건부 사용허가를 내준 뒤 1983년 대부분의 식품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내줍니다. FDA 허가 이후 전 세계 90여개국에서 사용 허가가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85년 식품첨가물로 사용이 허가됐습니다.
     
    ◇ 조태임 > 그런데 지금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안 쓰는 곳이 없을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왜 이렇게 많이 쓰이게 된 건가요?
     
    ◆선정수> 일단 설탕을 넣지 않아도 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내기 때문에 설탕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죠. 당뇨병을 앓고 계신 분들이 해당되겠죠. 그리고 단위 당 열량이 설탕과 같은데 200배 단맛을 내니까 총 열량은 낮출 수 있죠. 그래서 다이어트 식품을 만드는데 많이 쓰입니다. 요즘에 제로 열풍이 불면서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넣은 과자, 빵, 음료 등 다이어트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죠. 여러가지 인공감미료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중에 이 아스파탐이 설탕 맛하고 굉장히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설탕 대신 커피에 넣는 '스위트너'라고 있는데요. 이게 아스파탐으로 만든 겁니다. 무엇보다도 이게 설탕보다 가격이 쌉니다. 200분의 1만 넣어도 설탕만큼 달잖아요. 그래서 식품회사들은 '제로' 마케팅을 벌이면서 설탕을 줄이고 건강한 식품이라고 홍보하지만 그 이면에는 원료비를 줄이고 이윤을 늘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죠.
     
    설탕. 스마트이미지 제공설탕. 스마트이미지 제공
    ◇ 조태임 > 그런데 이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지정될 예정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좀 자세히 알아보죠.
     
    ◆선정수> 한동안 잘 나가던 아스파탐에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의 잠재적 발암효과를 평가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WHO가 함께 꾸린 합동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에 대한 일일 섭취 허용량 및 식이 노출 평가 검토를 포함하여 아스파탐에 대한 위험 평가 활동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개 시한은 오는 14일로 정해졌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스파탐이 IARC가 정하는 발암물질 2B그룹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습니다.
     

    제과, 제빵, 음료, 주류 등 광범위한 식품 산업에 아스파탐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들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심지어 중국산 김치는 80% 이상이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오랫동안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먹었던 식품이 하루 아침에 발암물질 함유 식품이 돼 버린 겁니다. 소비자와 기업 입장에선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죠.
     
    ◇ 조태임 > 국제암연구소. 생소한 분들도 많을텐데요. 설명 좀 부탁드려요.
     
    ◆선정수> IARC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WHO산하 연구기관입니다. 암의 원인에 관한 연구를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IARC는 특정 물질의 암 유발 확실성 수준에 따라 물질을 네가지 부류로 나눕니다.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게 확실한 경우 Group1(1군) 물질로 분류합니다. 흡연, 자외선, 음주, 전리 방사선이 1군 발암물질에 해당됩니다.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증명된 물질 또는 행위가 해당됩니다. Group2A(2A군)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한 물질입니다.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제한적인 증거가 있고, 동물실험에선 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근거가 쌓인 물질입니다. 조리흄, DDT, 적색육, 야간조 근무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Group2B(2B군)는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제한적인 증거가 있고, 동물실험에서도 불충분한 근거가 있는 유형입니다. 가솔린 엔진 배기물, 미용업에서의 직업적 화학물질 노출, 납 등이 해당됩니다. Gruop3(3군)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물질입니다. 실험동물과 인체를 대상으로 발암성에 대한 적절한 근거가 없는 경우입니다. 커피, 광유(crude oil), 수은, 파라세타몰(해열제의 일종)이 해당됩니다.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 조태임 > 발암물질에도 여러가지 그룹이 있는데 그 중에 2B그룹으로 분류할거다. 그런데 2B그룹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제한적인 증거가 있고, 동물실험에서도 근거가 불충분하다. 이건 어느정도 심각성으로 봐야하는거에요?
     
    ◆선정수> 아스파탐을 섭취하면 당장 암에 걸릴 것처럼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건 아닙니다. 발빠른 식품 기업들은 벌써 '무(無) 아스파탐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그런데 IARC가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알로에베라 잎 추출물, 목수와 가구제조업, 직업적 노출로서 드라이클리닝, 가솔린, 가솔린 엔진 배출물, 극저주파 자기장, 절인 채소, 라디오파 전자기장, 섬유 제조업, 은행잎 추출물 이런 것들이 2B군에 속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김치, 오이 피클, 양파 장아찌 등이 절인 채소니까 우리는 매일 발암물질 2B군을 먹고 있는 것이죠. 인체 암 유발 근거가 확실한 1군에는 담배, 술, 미세먼지, 아플라톡신, 톱밥, 햇빛,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등이 포함됩니다.
    IARC가 발암물질을 분류하는 이유는 암 예방을 위해 피해야 할 물질을 제시하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입니다.
     
    ◇ 조태임 > 만일 발암물질로 최종 분류가 되면, 그럼 앞으로 아스파탐은 섭취가 금지되는 걸까요?
     
    ◆선정수> IARC는 오는 14일 아스파탐의 위해성을 평가한 보고서를 공개한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나오고 나서 각국은 현재 규제 수준을 강화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식약처가 정한 아스파탐의 1인당 1일 최대섭취량은 체중 1kg당 40mg입니다. 이 일일섭취허용량을 ADI라고도 부르는데요. 사람이 평생 섭취해도 관찰할 수 있는 유해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기준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러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 수준은 이 ADI의 1% 내외 정도로 굉장히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약처에선 현재까지 이 아스파탐에 대해 별다른 문제 의식을 갖지 않았죠. IARC 보고서가 공개되면 입장이 바뀔지 주목됩니다. 그런데 2018년 IARC가 가공육(소시지, 햄)을 1군 발암물질로, 적색육을 2A군으로 분류할 때 우리 식약처가 위해성 평가를 다시 했던 적이 있는데요. 당시에는 섭취 기준을 조정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공육/적색육 섭취 수준이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조태임 > 14일에 나오는 보고서 한번 주목해봐야겠네요. 다른 주제도 한번 살펴보죠. '탄산이 스며들어 뼈를 분해한다' 이건 어디서 나온 말인가요?
     
    ◆선정수> 연합뉴스는 2일 <뉴질랜드 의사, 목에 닭뼈 걸린 환자에게 '콜라 처방'…효과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뉴질랜드 여성이 음식점에서 닭요리를 주문해 먹고는 목에 닭뼈가 걸려 의료진을 찾았는데, 콜라 4캔을 먹으라고 처방했다는 내용입니다. 콜라를 마신 여성은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뉴질랜드 매체의 보도를 번역한 연합뉴스의 보도에는 "탄산음료가 뼈에 스며들어 탄산가스를 방출함으로써 뼈를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연합뉴스 보도를 베껴 쓴 수많은 국내 언론에도 같은 문장이 보이구요. 과연 탄산음료가 뼈를 분해할 수 있을까?가 팩트체크 대상입니다.
     
    콜라. 연합뉴스콜라. 연합뉴스
    ◇ 조태임 > 콜라가 뼈를 녹인다. 이런 이야기들 굉장히 많이 떠돌았잖아요.
     
    ◆선정수> 연합뉴스가 인용한 뉴질랜드 보도를 보면 <코카콜라가 목에 걸린 뼈를 제거해 후속 조치를 피할 수 있게 돕는다는 영국의 연구가 있다. 탄산 음료가 (목에 걸린) 뼈로 침투해 이산화탄소 가스를 배출하면서 분해시킨다>는 내용이 언급됩니다. 스터프라는 현지 매체인데요. 그래서 제가 뉴질랜드 보도에 언급된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좀 이상합니다. 영국 연구는 1993년 논문으로 발표됐는데요. 8명의 환자로부터 수집된 13건의 음식물 걸림 증상에 대해 보고했습니다. 모든 환자들은 역류성 질환과 관련된 양성 식도 협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먹은 음식이 위액과 함께 역류하다가 식도에 걸린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뼈가 목에 걸린 사례가 일단 아니구요. 논문은 식도에 음식물이 걸렸을 때 내시경 처치를 하기 전 코카콜라를 마시게 한 사례에 대한 보고입니다. 논문은 "탄산음료가 음식 덩어리를 관통하면서 이산화탄소 가스를 방출해 음식 덩어리 분산을 유도할 가능성"과 "탄산음료가 위에 도달해 트림으로 가스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목에 걸린 음식 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고 추정했습니다. 위장으로 넘어갔다가 역류하면서 목에 걸린 비교적 무른 음식 덩어리 사이로 탄산음료가 스며들면서 작은 조각으로 덩어리를 분해할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 조태임 > 콜라가 뼈를 녹이기 때문에 목에 걸린 뼈도 분해시켜준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군요.
     
    ◆선정수> 탄산음료가 뼈를 녹이는 실험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탄산음료를 마시는 조건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실험은 뼈를 콜라에 담가놓고 며칠이 지나도록 담가놓는 굉장히 오랜 시간 접촉시키는 조건인데요.

    우리는 탄산음료를 입에 장시간 머금지 않죠. 탄산음료는 입에서 침과 섞이고 위로 내려가면 위액과 섞입니다. 설령 탄산음료를 입에 오래 머금고 있다고 해도 편도, 후두, 식도 등에 걸린 뼈와 탄산음료의 접촉시간이 늘어나지도 않죠. 콜라 4캔을 마셨다고 해도 4캔 분량의 콜라가 입에서 식도로 넘어가는 시간의 일부 정도만 콜라가 목에 걸린 뼈와 접촉할 수 있습니다. 콜라와 뼈의 접촉으로 뼈가 녹을 물리적 시간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뉴질랜드 언론이 언급한 "탄산음료가 뼈에 스며들어 탄산가스를 방출함으로써 뼈를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말은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습니다.
     
    ◇ 조태임 > 이런 애기들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쉽게 믿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모아모아 팩트체크가 잇는거 아닌가 싶은데요. 오늘도 생활과 밀접한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팟캐스트, 오디오클립, 유튜브 채널 '노컷'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팟캐스트, 오디오클립, 유튜브 채널 '노컷'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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