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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법정에 선 두 명의 군인…그들이 보인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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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B컷]법정에 선 두 명의 군인…그들이 보인 행동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어머니 박순정 씨가 기자회견 중 이 씨의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어머니 박순정 씨가 기자회견 중 이 씨의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일주일 사이 두 명의 군인이 법정에 섰습니다. 모두 피고인 신분이었죠. 故 이예람 중사 사건의 피고인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준장)과 故 고동영 일병 사건의 피고인 A대위입니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죠. 자신이 속한 부대 내에서 벌어진 구성원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급과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겁니다.

    오늘 '법정B컷'은 피고인 석에 선 두 명의 전·현직 군인, 그리고 이를 지켜본 자식을 잃은 유족들의 모습이 담긴 그날의 법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유족 앞에 선 이들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요?

    22살 일병의 죽음, 7년 만에 나온 폭로… 중대장은 "모른다" 

    7일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육군 11사단 고 일병 사망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육군 11사단 고 일병 사망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고법 법정에 짧은 머리를 한 꺼뭇한 얼굴의 남성이 섰습니다. 2015년 5월, 휴가를 맞아 찾은 고향에서 철로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故 고동영 육군 일병이 군생활을 하던 부대의 중대장, A대위였습니다.

    고 일병은 유서를 남겼는데, 부대 내 폭언 등의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군은 '개인적 스트레스로 인한 죽음'이란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게 7년이 흘러 2022년, 상황은 반전됩니다. 고 일병과 함께 근무했던 부사관 B씨(현재는 전역)가 '당시 고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중대장 A대위의 입단속이 있었고, 고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도 있었다'라고 폭로한 것이죠.

    B씨는 당시 A대위가 '죽은 사람은 죽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앞으로 계속 헌병대 조사가 나오고 랜덤으로 헌병대에 지목돼 조사를 받을 텐데, 대대 분위기가 안 좋으니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고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부대 구성원을 교육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022년 5월 고 일병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합니다. 그러자 단순 스트레스로 인한 죽음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군은 공소시효 완성을 단 며칠 앞두고 A대위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합니다.

    1심 재판을 맡은 제2지역 군사법원은 A대위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A대위가 '산 사람은 살아야지', '헌병대가 조사할 것인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모르는 거 쓰지 말고, 관련된 사람 아니면 쓰지 마'라고 말한 것은 맞지만, 이것은 '사실만 진술하라'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군사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유족은 강하게 반발했고 군검찰의 불복으로 그렇게 이날 항소심이 열렸습니다. 이날 A대위는 유족과 최대한 접촉하지 않고 거리를 두려고 상당히 노력하는 듯한 모양이었습니다. 재판부가 입정했는데도 법정 밖에 앉아 있다가, 재판부가 '어디 있느냐'라고 찾자 그제야 법정에 들어섰죠.

    군검찰은 1심에서 자신들이 요구했던 징역 3년을 재차 내려달라고 요구합니다. 다만 추가적인 증거를 제출하거나, 피고인(A대위)에 대한 추가 신문 계획은 없다고 말하죠.

    2023. 7.4 서울고법 형사10부, 故 고동영 일병 사건 관련 항소심 공판 中
    재판부 "1심 재판에서 공소사실이 다퉈져서 군검찰 측 증인뿐만 아니라 피고인 측 증인도 원심 법정에 나와서 증언했고, 여러가지 제출된 증거를 판단해서 1심 판단이 이뤄졌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과 함께 추가로 신청할 증거가 있으면 주세요"

    군검찰 "없습니다. 다만 부사관의 진술 신빙성을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A대위 측 "저희도 없습니다"

    재판부 "그러면 증거 조사를 마치고요. 피고인 신문은 진행하실 겁니까?"

    군검찰 "생략하겠습니다"

    A대위 측 "생략하겠습니다"

    재판부 "그러면 최종 의견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날 유족은 군검찰이 소극적이라고 반발했습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와 항소로 다투겠다고 했으면, 추가적인 자료나 변론 재개 등을 요청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군검찰과 A대위 측 모두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 없다고 밝혔고, 이날 처음 열린 항소심 공판은 구형이 이뤄지는 최종 절차가 됐습니다.

    그러자 부사관 B씨 측 변호사가 발언권을 요청해 진술에 나섰습니다. 참고로 고동영 일병 사건에서 B씨를 변호하고, 유족을 돕고 있는 변호사는 과거 '윤일병 사건' 때도 법률 대리를 한 변호사입니다.

    2023. 7.4 서울고법 형사10부, 故 고동영 일병 사건 관련 항소심 공판 中
    부사관 B씨 측 변호사 "재판장님, 저희가 군 검찰의 공소장과 1심 판결문을 아직 못 받았습니다. 다만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1심 재판에서 피고인(A대위)이 간부를 비롯해 병사들에게 사건 관련 진술에 대해서 교육시킨 것은 인정이 됐습니다"

    "다만 부사관 B씨가 실제로 헌병대 조사는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리행사가 방해된 바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고 일병 유족들에게 고 일병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마음의 부담 때문에 다시 제보하게 됐고, 그 당시에 제보를 하지 못한 이유는 A대위의 교육도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 일일 결산 형식으로 교육을 받아서 제보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결국 B씨는 헌병대 조사 진술만 제한된 것이 아닙니다. 특히 B씨의 진술을 보면 망인(고 일병)이 잘못했을 때 간부들이 전차에 가두기도 했다는 진술도 있는데, 이는 책임을 물어야 할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그것이 제보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점을 참작해서 판결해주시길 바랍니다"


    A대위는 혐의를 부인합니다. 자신의 군 생활 명예를 걸겠다고 했죠.

    2023. 7.4 서울고법 형사10부, 故 고동영 일병 사건 관련 항소심 공판 中
    A대위 "존경하는 재판장님, 8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동영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소극적인 제 지휘 조치가 후회됩니다. 동영이 부모님의 마음을 제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죄송하다는 말 밖에 못 드립니다. 중대장으로서 부하를 못 지킨 죄책감으로 8년이나 지난 지금도 힘들고 어렵게 군 생활 중입니다"

    "7년이나 지나 대부분이 기억나지 않지만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제가 중대에서 어떠한 사실이나 행위를 은폐하거나, 조사를 방해하거나, 언급하지 못하게 한 사실이 없다는 겁니다. 재판장님,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 제 14년 군생활의 명예를 걸고 말합니다. 은폐를 위해 중대 간부나 병사를 집합시켜 조사에서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모르는 것은 쓰지 말라고 조사를 방해하거나 언급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이 결코 없습니다"

    이날 고 일병의 어머니는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재판 내내 침묵을 유지했고, A대위의 최후 진술 때도 차분하게 방청하고 있었죠.

    그렇게 고요한 분위기 속에 공판이 종료된 그 순간, 돌발 상황이 벌어집니다. 재판장이 공판 종료를 알리자 A대위 측이 '법정 질서'를 거론하며 유족과 따로 퇴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고 일병의 어머니는 분노합니다.

    2023.7.4 서울고법 형사10부, 故 고동영 일병 사건 관련 항소심 공판 中
    재판부 "판결 선고는 8월 24일 오전 10시에, 이 법정에서 하겠습니다. 재판 마치겠습니다"

    A대위 측 변호인 "재판장님, 요청 하나만 드립니다. 법정 경위가 저희를 먼저 나가게 해주고 유족을 퇴장하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법정 질서를 위해서"

    고 일병 어머니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제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군사법원 갔을 때는 재판부가 발언권을 줘서 제가 발언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님!"

    A대위 측 변호인 "그래서 저희가 먼저 나간다고 순서를…"

    고 일병 어머니 "기다리세요! 제가 말하고 있잖아요. 지금 우리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를 지켜줘야 할 장본인이 지켜주지도 못하고 지금 자신의 14년 군생활 명예를 얘기하면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기사과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기사과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재판은 법정질서를 유지해달라는 변호인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순식간에 험악해졌습니다. 소란이 벌어지고 있던 그사이 A대위는 먼저 법정을 벗어났습니다.

    이날 재판은 그렇게 종료됐습니다. 8월 선고가 예정됐지만, 변론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최근 유의미한 결정이 나오며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고 일병 사건을 조사한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망 고동영은 군 복무 중에 사망에 이르게 됐고, 망인 사후 소속대 간부는 병사 등에게 부대 문제점 등을 발설하지 말라고 교육했다고 인정한다'며 조사 결과를 유족에게 통보한 겁니다. 이러한 결정을 통보받은 군검찰도 7월 7일,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신청했습니다.

    무죄받은 전익수… 이예람 중사 유족과의 충돌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군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군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A대위 공판이 열리기 닷새 전엔 故 이예람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법무실장에 대한 선고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미 보도된 대로 무죄를 받았습니다. (관련 기사 : '이예람 사건' 연루 전익수 전 준장, 1심서 무죄…법정서 유족과 충돌)

    재판부는 이예람 사건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가 맞는다면서도, 특검이 적용한 면담 강요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23. 6.2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전익수 면담강요 혐의 공판 中
    재판부
    "피고인은 개인적 감정을 앞세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수사 중인 내용을 알아내려 했는데, 이는 수사의 공정성과 신빙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임을 지적합니다"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행동이) 형사법적으로 정당화되고, 이와 유사한 행위가 군에서 반복돼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 중인 군 사법기관들의 노력에 이 판결이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처벌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를 후퇴할 수 없습니다. 처벌 필요성만으로 대원칙을 포기하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입니다.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음에 해당해 피고인(전익수)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이날 재판에서 눈길을 끌었던 또 다른 장면은 전익수 전 실장과 이예람 중사 아버지의 충돌이었습니다. 재판 시작 전부터 두 사람은 충돌했습니다. 전 전 실장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 중사의 아버지는 "무릎 꿇고 사죄하라, 무릎 꿇고 들어가라, 전익수"라며 전 전 실장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전 전 실장이 "한 번 말해보세요"라며 아버지를 향해 몸을 옮깁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유족의 항의에 전 전 실장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대응했고, 법정 앞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는 양측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기자회견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기자회견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무죄가 선고된 그 순간에도 양측은 충돌했습니다. 매우 부적절한 행위지만 해당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아낸 전 전 실장은 방청석에서 빗발치는 항의에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법정을 나섰습니다. 그 순간 이 중사의 어머니는 방청석에 앉아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법대로 판단하는 그 이상의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고 처벌 필요성은 있지만, 처벌할 수 없다'는 이 말은 몇 번을 곱씹어도 참으로 낯섭니다.

    법의 취지가 아무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해도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간 자녀들이 주검으로 돌아온 것을 본 부모들에게 '법이 이러하니 이해하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법은 없듯이, 법전도 현실을 오롯이 담아내진 못합니다. 우리 사회가 법을 계속 개정해 나가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분명한 것은 A대위와 전 전 실장 모두 법에 따라 1심 무죄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다만 그들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점이 인정됐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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