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고리원전 3·4호기 수명연장(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청회가 열린 부산 기장군 고리스포츠문화센터 멀티공연장 모습. 박진홍 기자고리2호기에 이어 고리3·4호기 수명연장(계속 운전)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청회가 10일부터 일정을 시작했다. 환경단체가 여전히 졸속 공청회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기장군 주민들은 연장 가동을 찬성한다며 맞불을 놨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본부는 이날 오후 2시 부산 기장군 고리스포츠문화센터 멀티공연장에서 고리3·4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첫 주민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 한 시간 전 환경단체 회원 10여 명이 '절차도 과정도 무시한 공청회를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공청회장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수원은 고리2호기 공청회 당시 요구한 15개 구·군 모두 공청회 실시, 토론 형식의 전문가 진술 보장, 협의체 구성 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최신 작성지침을 바탕으로 한 평가서 작성, 제대로 된 중대사고 평가는 이번에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수원은 구태의연하게 공청회를 진행하며 민-민 갈등을 유발했고, 공청회 파행과 무산이 반복됐다"며 "중앙정부와 국회, 부산시가 나서 심사지침을 재정비하고 평가서를 제대로 준비해 시민 토론부터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고리원전 3·4호기 수명연장(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청회가 열린 부산 기장군 고리스포츠문화센터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한 장소 바로 옆에는 기장군 주민 수십 명이 모여 '원전 안전 기장 주민이 챙긴다. 환경 마피아 빠져라' 등 수명연장에 찬성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달았다.
한 주민은 다른 주민들을 향해 서서 "자원 없는 나라에서 값싼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 애초에 최대 80년까지 가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하는데, 불과 30년 만에 문을 닫으면 얼마나 손해인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고리2호기 공청회 때는 주민이나 환경단체가 반발해 파행을 거듭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이날 경찰은 경력 80여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이나 고성이 오가는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다.
10일 고리원전 3·4호기 수명연장(계속 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청회가 열린 부산 기장군 고리스포츠문화센터 앞에서 기장군 주민들이 수명연장에 찬성하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공청회에서는 사전에 의견 진술을 신청한 기장군 주민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으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데, 원전 주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계속 운전을 하면 발생하는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되는가"는 등 질문을 던졌다.
이에 한수원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현재 여러 지원책을 펼치고 있으나 좋은 정책이 있다면 더 노력하겠다"거나, "지금도 원자력 관계 법령을 준수하며 주변 지역에 영향이 없도록 처리하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특히 "계속 운전을 하면 사고 가능성이 더 커지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한수원 관계자는 "운전 중에 시행하는 각종 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기에 운전 초창기보다 안전성이 오히려 더 증가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날 기장군 공청회를 시작으로 11일 울산 울주군, 13일 부산 6개 구(금정·남·동·동래·수영·해운대), 14일 울산 4개 구·경남 양산시 주민을 상대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4월부터 한 달여간 고리3·4호기 수명연장을 위해 작성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람을 진행했다. 이 초안을 공람한 사람은 1만 6378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