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원들이 총파업 이틀째인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전날(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4일에는 거리로 나와 공공의료를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이틀째인 14일 오전 11시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에 들어서자 '의료인력 확충하라', 생활임금 인상하라' 등 노조 요구안이 적힌 안내판들이 줄지어 있었다.
접수·수납 창구에 대기하던 10여 명 남짓한 환자·보호자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빠르게 대기줄이 빠진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병동에 입원 중인 한 남성은 "불편한 건 없다. 사람은 빠져나가지만 그만큼 병원에서 새로운 환자를 안 받은 것 같고 병실에 1~2명 뿐이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2층 로비에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투쟁을 알리는 안내판들이 놓여졌다. 양형욱 기자이런 가운데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어 보건복지부가 노조와 합의한 '9.2 노정합의'를 이행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초록색 모자를 쓴 노동자 8천여 명은 장맛비를 맞으며 '국민건강 지키는 산별총파업 승리'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환자 안전 보장하고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전면 확대하라"고 외쳤다.
보건의료노조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어 공공의료 확충을 촉구했다. 양형욱 기자서울 뿐 아니라 세종시 정부청사, 부산역 광장, 광주시청 앞에서도 집회가 열려 조합원 2만여 명이 총파업 대회에 참여했다.
이날 122개 지부 140개 의료기관에서 4만 5천여 명이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중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부산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20여 곳도 포함됐다.
노조는 △간병비 문제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9.2 노정합의 이행 등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최희선 본부장은 "국민들은 간병 파산, 간병 살인이 일어나는데 2026년까지 하겠다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은 요원해졌다"며 "미국이나 캐나다 간호사들은 간호사 1명이 5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우리나라는 복지부 통계로 간호사 1명이 15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들은 의료사고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간호사들은 의료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는 9.2 노정합의를 약속한 대로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병원 노동자들이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며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보건의료노조는 이번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검토하겠다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전날(13일)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험을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정부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업무 개시 명령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성명을 내고 "억지스레 불법적인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할 시간이 있다면, 우리 노조의 정당한 요구부터 검토하라"며 "지금은 정치파업, 불법파업 프레임 뒤에 숨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 관련된 핵심 의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는 보건복지부가 업무를 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