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충남 공주시 옥룡동 주택단지에서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창문에 빗방울이 맺혀 있다. 독자 제공"아이고, 비가 또 와 또…하늘만 쳐다보고 있슈.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슈…"
사흘간의 집중 호우로 충남 지역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또다시 비가 내리며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겨우 복구 작업을 시작한 주민들은 하늘만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번 비로 논과 비닐하우스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강'이 만들어진 논산시.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물이 빠진 곳도 생겨났지만, 다시 비가 내리며 곳곳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원봉3리는 지난 16일 새벽 붕괴한 논산천 제방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제방이 복구되며 마을로 밀려들던 물길은 잦아들었지만, 농작물은 자취를 감췄다.
김영신 원봉3리장은 "무너진 제방 둑을 복구 중이지만, 댐에서 또다시 물을 내리면 그냥 터져버리는 것"이라며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하우스가 잠긴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하우스 19동에 전부 상추를 키운 곳의 작업장도 완전히 쓰레기장이 돼버렸다"라며 "치울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제방이 무너지며 수백 명이 대피한 청양군도 또다시 내리는 비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빗물에 논과 밭, 주택 등이 침수된 인양리와 대흥리 일대에서 무너진 하천 둑에 대형 모래포대를 쌓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공주의 한 도로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공주시 제공청양군의 한 이장은 "또 이렇게 비가 내리면 둑은 또 무너져 버릴 것"이라며 "그냥 하늘만 쳐다볼 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아직 곳곳이 잠겨있어 복구작업을 언제부터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공주시 옥룡동 일대 주민들은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나마 지난 15일 오후 수문이 열리며 성인 가슴 높이까지 차올랐던 물이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군 장병 등은 각종 생활 도구를 밖으로 빼고, 건물 내부를 정리하고 있다.
여전히 도로 가득 물에 젖은 가전제품과 가구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지만, 폐기물을 실어 나르는 차량이 계속해서 수거 작업 중이다.
주민들은 우비를 입은 채 쓰레기를 청소 중이다. 한 주민은 "비가 또 많이 와서 걱정스럽다"라며 "지하 쪽으로 물이 들어가면 안 돼서 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방이 무너진 논산시, 농경지가 모두 물에 잠겼다. 김정남 기자막대한 피해를 불러온 충남의 최근 누적 강수량은 비가 그치고 나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 9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결과 공주 632㎜, 청양 630㎜를 기록했다.
평년과 비교해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피해는 청양과 논산, 공주 쪽에 주로 몰리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농경지 9천918.3㏊가 물에 잠기고 411.4㏊가 유실 또는 매몰됐다. 축구장 1만 4천400여 개에 달하는 크기가 피해를 봤다.
축산시설 피해도 이어지며 7개 시군에서 20.98㏊가 침수 등을 당했다. 가축 피해도 이어지며 닭과 돼지, 소 등이 18만 7천 마리 넘게 폐사했다.
농업생산기반시설과 양식장, 건축물, 하천, 문화재 등도 줄줄이 역대급 피해를 봤다. 산사태도 162곳에서 이어지며 총 12.36㏊ 규모로 발생했다. 폭우에 따른 충남의 사망자는 모두 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청양군은 현재까지 추정 피해액을 312억 원으로 자체 예상했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김태흠 충남지사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피해가 큰 공주·부여·청양·논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 피해자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