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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1만원이 안 돼?" 울분 터뜨리는 최저임금 노동자들

사건/사고

    "아직도 1만원이 안 돼?" 울분 터뜨리는 최저임금 노동자들

    "삼계탕 1만 6천 원·냉면 1만 5천 원인데"
    '1만원 벽' 못 넘은 최저임금 9860원
    노동계 "물가 상승률도 반영 안 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 황진환 기자
    "최저임금이 1만 원도 안 되잖아요. 그런데 요즘 삼계탕이 1만 6천 원이예요. 냉면 한 그릇도 1만 5천 원~1만 6천 원인 시점이 왔고요.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짜장면도 요새는 만원짜리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너무 생활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인상률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어요"

    콜센터 노동자 A(32)씨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 업무를 한다. 금요일 퇴근 이후에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 동안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A씨의 남편도 반도체 공장에서 용접 작업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로 퇴근 후에는 대리운전으로 부족한 2인 가구 생활비를 메꿨다.

    신혼부부인 A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적어도 1만 원만 넘겼다면 제가 아르바이트 하나는 그만둬도 됐을 것"이라며 "약간 숨통이 트이면 남는 돈을 조금이라도 모아 아이 가질 준비도 할 수 있었을 텐데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이 보시기에는 이런 (투잡 쓰리잡 뛰는) 삶을 원하시는 건지, 그게 과연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맞느냐 의문이 든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1천 원, 2천 원이 얼마나 귀한지 그 어려움을 모르는 높으신 분들이 모여서 (최저임금 결정을) 이야기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다"며 한숨을 토했다.

    서울시내 청소노동자의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청소노동자의 모습. 황진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9620원에서 240원 오른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청소노동자 B(55)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240원 인상 소식을 듣고 잠시 말을 잃었다. B씨는 "장을 봐도 전보다 2천~3천 원씩 올라서 조금 힘들었다"며 "물가는 몇천 원씩 올라가는데 (최저임금은) 240원 오르면 서민들은 고달프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한여름인데 수박값도 만만치 않아서 수박도 잘 사 먹지 못한다"며 "딸들에게 '요즘 과일 먹는 사람이 부자'라고 했는데 결국은 그 (9860원) 금액으로 타결이 됐다.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전기·수도·가스요금은 물론 지하철·버스요금 등 올해 공공요금이 잇달아 인상된 가운데, 이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공립 도서관에서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C(49)씨는 "버스 요금이 300원인가 더 오른다고 들었는데 버스 요금 인상된 것보다 최저임금이 더 적게 올랐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지난 19일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월 209시간 노동)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올해(201만 580원)보다 5만 160원을 더 받게 된다.

    지난 2020년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1.5%→5.05%→5.0%→2.5%로, 지난 2021년도 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은행(3.5%)·한국개발연구원(3.4%)·기획재정부(3.3%) 등 3개 기관이 추산한 올해 물가상승률 평균값은 3.4%이다. 이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2.5%)에 저임금 노동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 취임위에서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측 손을 들어주면서 사용자위원안인 9860원이 2024년 시급으로 결정됐다.

    노동계 1만원, 경영계 9860원을 최종 제시안으로 표결을 진행했고, 재적 위원 26명 중 노동자위원안 8표, 사용자위원안 17표, 기권 1표가 나왔다. 앞서 고공 농성을 하다가 지난 5월 구속된 한국노총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해촉되면서 노동자위원이 1명 부족한 상태로 표결이 이뤄졌다.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회의를 마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회의를 마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최임위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한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노동자위원이 제시한 수많은 근거가 깔끔하게 무시된 상황이 아닌가 싶어 유감스럽다"며 "물가 상승률이라든지 근로자 생계비,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400만명 정도 되는데 그들에게는 (사실상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라며 "공공요금도 인상을 앞두고 있는데 지하철, 버스, 전기, 가스 요금 등이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상황이라 허탈하다"고 말했다.  

    한편 류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실증적인 근거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 인원 구조는 1988년 출범 때부터 35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표결로 결정한다.

    류 사무총장은 "최근 김준영 사무처장이 해촉됐고, 언론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이 9800원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정부 고위인사의 발언 등) 최임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정도의 기사들이 나왔다"며 "현재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과연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고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대노총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법이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결정 기준은 무시됐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와 비혼단신생계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며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인해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도외시한 결정으로 소득 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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