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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 사람에게 "용납 못하는 공권력 도전"이라는 경찰

사건/사고

    [단독]이 사람에게 "용납 못하는 공권력 도전"이라는 경찰

    장애인 이동권 '버스 시위' 유진우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서 입수
    "사회적 약자 프레임 이용", "이성 가졌다면 용납할 수 없는 행동" 등 혐오적 표현
    저상버스 부족·리프트 없는 지하철역 고발 시위를 "이기적 행위"로 규정하기도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인데…"과잉 대응" 비판
    결국 법원은 영장 청구 하루 만에 "증거인멸·도주우려 없어" 기각

    버스 탑승 시위 중 경찰 간부의 팔을 깨문 전장연 활동가 유진우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무집행방해 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장애인버스에서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버스 탑승 시위 중 경찰 간부의 팔을 깨문 전장연 활동가 유진우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무집행방해 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장애인버스에서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장애인 이동권 보장 위한 '장애인 버스 시위' 도중 긴급체포된 중증장애인 활동가 유진우(25)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서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을 이용", "용납할 수 없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 등 장애인 단체를 향한 경찰의 혐오 인식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서를 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유씨에 대해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 프레임을 이용하여 국가 법질서를 수호하는 경찰을 손으로 할퀴고 이빨로 물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찰은 "(유씨가) 이성(理性)을 가졌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국가 상대로 저질러 공권력에 대한 도전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책임·의무를 저버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법과 질서를 위반한 채 자신의 이권(利權)만을 추종하는 등 이기적인 행위를 했다"며 "3명의 경찰 공무원을 상대로 폭행을 가해 병원 진료를 받게 함으로써 국민 1300여명에 대한 치안 손실을 미쳤다"는 비약적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함께 저상버스 부족과 리프트 없는 지하철역이 많은 현실을 고발하는 유씨의 시위를 경찰이 '용납할 수 없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자신의 이권만을 추종하는 등 이기적인 행위'로 규정한 셈이다.

    경찰이 또 구속영장 발부의 필요성으로 거론한 '주거부정', 즉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다는 주장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경찰은 구속영창 신청서에서 "유씨가 최근 5년 동안 주소지를 5차례 바꾸면서도 계약 기간이 2년 미만으로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씨는 2019년 대학원에 진학하며 상경했다가 자퇴하면서 다시 고향인 전북 군산으로 내려갔다. 이후 서울에 취직하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지방 출신의 20대 청년이라면 으레 겪는 이사 횟수인 데다, 개인적인 사정까지 고려하면 경찰이 지적한 '주거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은 구속의 필요성으로 '도주의 우려'를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장연이라는 특수 단체의 비호를 받아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소재를 은폐할 우려가 상당하다. 수사 기관에서 출석을 요구하면 일정 직업이나 부양가족이 없는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유씨는 과거에도 집회·시위 등을 이유로 수사 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또 중증 뇌병변 장애인인 그는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도 받아야 한다.

    유씨 변호인단은 변호인 의견서에서 "다른 조사에서도 (유씨는) 성실히 조사를 받았다. 전장연 활동가들도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의 소환에 불응한 사실이 없다"며 "(유씨는)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로 통증이 심하고 무릎 상태도 좋지 않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경찰은 유씨가 경찰을 폭행했다는 영상을 이미 채증했음에도 전장연이 당시 상황을 채증한 경찰관에 압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무리한 주장도 펼쳤다.

    결국 경찰이 유씨를 구속하기 위해 비약적이고 무리한 논리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유씨의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원칙으로 한다"며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해야 한다는 것은 위헌적 사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은 최근 전장연 활동가들을 무리하게 현행범으로 체포해 연행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가 없는 유씨에 대한 체포와 구속영장도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 중 한 명인 최현정 변호사는 "유씨는 길게는 20년까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에서 거주한다"며 "안정된 주거가 있는 데다 3년째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로터리 버스 정류장에서 미신고 집회를 열어 버스 운행을 방해하고 동료를 검거하려는 경찰 간부의 팔을 깨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체포 하루 만에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0일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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