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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검증의 장 청문회의 '굴욕'

국회/정당

    '또'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검증의 장 청문회의 '굴욕'

    윤석열정부 1년여 15번째…문재인정부 시절도 '청문보고서 패싱' 다수
    유명무실화 비판…'부실 자료 제출' 악순환으로도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또다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윤석열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패싱' 임명으론 15번째, 장관 인사로만 따지면 9번째다.
     
    2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여야 이견 끝에 국회 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이 지나자 곧바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장‧차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전임 문재인정부 시절 23차례에 달했고, 집권 1년이 조금 넘은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15차례에 달했다. 다만, 문재인정부 시절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 10명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됐지만, 다수당인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독' 채택한 경우다.
     
    주요 인사 임명에 대한 '마이웨이' 기조가 여야를 막론하고 만연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보고서 패싱' 장관 인사 임명은 9번째다.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잇는 결과다.
     
    장관 19명 중 사실상 여야가 공히 임명을 인정한 인사가 현직 기준 11명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이 중 박진 장관은 해임건의안, 이상민 장관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극단으로 치달은 여야의 갈등 상황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갈수록 유명무실해져가고 있다는 평가가 반복되는 이유다. 인사 검증보단 정쟁의 장으로 변질다는 지적을 넘어서서, 이젠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필수적인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이 강행되는 게 익숙한 수순이 돼가고 있다.
     
    이에 후보자들 역시 자료 제출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부실한 자료 제출' 공방으로, 정쟁으로 비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직계비속의 부동산·가상자산 거래 내역, 직계비속의 병역 등 기본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제대로 된 검증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김 후보가 제출한 자료가 2146건에 달해 문재인 정부 시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낸 자료보다 2배 이상 많다고 반박했다. 부실 제출 논란으로 급기야 청문회가 시작부터 정회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후보자 '자질 검증' 자체보다 여야 대립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사청문회가, 임명권자에게마저 외면 받는 '굴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는 "대통령실의 자체 검증이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회의 인사 검증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건 사회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청문회의 정쟁적 요소는 한편으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자체가 무력화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인사청문회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도 나왔지만, 좀처럼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인사청문회를 검증 내용에 따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구분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 후보자가 규정에 따라 선서를 실시하기 전에 회의 공개 여부를 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에 회부된 뒤 공식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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