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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은 한계, 사형은 효과 미지수…사회안전망 획기적 개선할 때

사건/사고

    순찰은 한계, 사형은 효과 미지수…사회안전망 획기적 개선할 때

    법무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추진…사형 부활도 '모락모락'
    하지만 학계에선 '사형'의 범죄억제 효과에 유보…"억지효과 파악 어려워"
    경찰, 내근자에 일반 형사까지 총동원해 순찰…인력 '쥐어짜기' 오래 못갈듯
    "장기간 방치된 분노 폭발중", "치료감호소 제도적 보완", "소외계층 대책 필요"

    이중무장한 경찰관들이 장갑차와 함께 다중밀집지역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경찰청 제공이중무장한 경찰관들이 장갑차와 함께 다중밀집지역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경찰청 제공최근 '신림 흉기 난동'을 계기로 '묻지마 범죄'가 속출하면서 당정과 경찰이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시적인 방편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순찰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수사와 엄격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신질환자 치료시설 연계, 소외계층 지원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법무부 일제히 '엄정대응' 주문…'사형제 부활론'도 모락모락

    정부는 '묻지마 범죄' 예방책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공식화했다. 법무부는 4일 "흉악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신림 흉기 난동에 이어 전날에는 서현역 소재 백화점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두 사건으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복역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는 무기형과 달리 감형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구금의 형이 부과한다. 사실상 '법정 최고형'이 신설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사형제 부활'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일부 언론에서도 해외 사형제 사례를 긍정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SNS 상에서 사형제도 부활을 주장하는 모습이다. 트위터 갈무리시민들이 SNS 상에서 사형제도 부활을 주장하는 모습이다. 트위터 갈무리
    한국은 형법에 사형제를 두고 있지만 26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엠네스티 기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국제엠네스티가 발간한 '사형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간 한국 법원에서 내린 사형 선고는 3건에 불과했고, 사형 집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극형으로 '묻지마 범죄' 막을까…학계는 갑론을박

    하지만 사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극형 도입의 범죄억제 효과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대표적으로 당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고학수 교수는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의 범죄 예방 효과를 분석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사형제가 억지력을 발휘하는지에 관해 일의(一義)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억지력의 작동 원리는 잠재적 범죄자로 하여금 형벌제도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게 만들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억지 효과가 작동했는지 여부에 관해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사형제의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2017년 논문을 통해 사형제도의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적인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논문의 저자인 홍문기 범죄학 박사는 "한국에서 발표된 연구논문 대부분이 사형의 살인 억제력을 직접 검증하지 않고 효과를 부정해 왔다"며 "사형이 살인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 내근자까지 초동원 '위력 순찰'…얼마나 갈까

    경찰은 일단 모든 경력을 총동원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당장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이날 나서 "흉기난동 범죄에 대해서는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전국 36개소에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 127명이 배치됐고, 장갑차 등도 순찰을 돌고 있다. 또 일선 경찰서 형사팀, 심지어 내근자까지도 동원해 순찰 인원을 보충해 다중밀집지역을 집중적으로 지키고 있다.

    일선 경찰서 소속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역 일대에 기동대를 배치하고 순찰자 거점 근무를 할 예정"이라며 "형사팀, 강력팀 모두 동원해서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무경찰(의경)이 지난 5월 17일을 끝으로 공식 해단하면서 경력은 상당히 감소했다. 2017년부터 의경은 서서히 줄어 총 2만 5911명이 감소했다.

    결국 경력은 부족해졌는데 순찰 수요는 대폭 늘어나면서 일선 경찰서 형사들과 내근자들까지 동원된 상황인데, 언제까지 이런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도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속해서 오랫동안 경력을 투입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지적에 "유관 기관과의 협조 그리고 법과 제도적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묻지마 범죄 특성상 범죄 시간과 장소를 미리 예상할 수 없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단속의 물리적 한계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순찰 강화와 극형 도입의 논의와 별개로 사회 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주문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20대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묻지마 범죄는 이러한 공격성이 무차별하게 대중으로 향하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며 "지금처럼 범죄자를 강하게 진압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소외 계층에 대한 국가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남대학교 김도우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팬데믹,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무방비 상태"라며 "장기간 동안 방치된 분노가 폭발하면서 계속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범죄 피의자 중 치료 감호소(법무병원)를 갈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치료 감호소에서도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인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지원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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