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북상을 앞둔 9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아파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월파에 대비한 모습. 김혜민 기자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겪은 부산지역 해안가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는 아직 태풍이 다가오기 전인데도 제법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바다 앞 방파제와 맞닿은 상가에는 철제 차수판이나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고, 가게 안에서는 점원들이 테이블과 그릇 등을 빼내고 있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당시 강풍과 월파 피해를 본 이곳 상인들은 일찌감치 영업을 접은 채 태풍 대비에 집중했다. 한 식당 종업원 A씨는 "지난해에 나무판으로 다 막았는데도 부서지고 뜯겨나가 가게를 거의 새로 지어야 했다. 바다와 가까워서 파도가 거세게 오면 어쩔 도리가 없기는 하지만, 올해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태풍 카눈 북상을 앞둔 9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 상점가에 차수판이 설치된 모습. 박진홍 기자비슷한 시각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일대 횟집 상인들도 점심 장사를 접고 가게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거나 물막이판을 설치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지난해 큰 피해를 본 해안가 횟집들은 아예 대형 이삿짐센터 차량을 불러 가게 안 냉장고와 테이블 등을 옮겨 실었다.
횟집 사장 B씨는 "지난해에도 다 부서지고 물고기들이 떠내려가 6천만 원 정도 피해를 봤다. 구청에서 나눠준 모래주머니로 입구는 막았지만 충분치 않은 것 같아 판자를 덧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해안가 아파트 입구에는 모래를 꽉 채운 대형 마대자루로 벽을 쌓아놓고 있었다. 외벽이 유리로 된 상가 건물에도 차수판이 설치됐다. 관광 명소인 송도해상케이블카 건물 매표소와 주차장 입구에서도 작업자들이 월파에 대비해 차수벽을 설치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태풍 카눈 북상을 앞둔 9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횟집 상인들이 침수에 대비하기 위해 가게 짐을 빼 이삿짐센터 트럭에 싣고 있다. 김혜민 기자부산 각 구·군 역시 피해가 예상되는 해안가나 상습 침수구역을 중심으로 태풍에 대비하고 있다.
부산지역 해수욕장 7곳은 이날 오전 모두 입수 금지가 내려졌다. 해운대구와 수영구·서구 등 해수욕장을 낀 지자체들은 이날 오전 파라솔이나 안전요원 망루 등 시설물을 철거해 다른 장소로 옮겼다.
동구 등 산복도로나 하천을 낀 지자체들은 범람이나 붕괴가 우려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점검에 나섰고, 위험한 지역 주민을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시는 요트경기장에 계류한 선박 490여척에 대해 피항 명령을 내렸고, 이날 오전부터 신고리 1·2호기 출력 감소에 들어간 고리원자력본부는 태풍 상륙 전 출력을 50%까지 내릴 예정이다.
태풍 카눈 북상을 앞둔 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안전요원 망루가 철거된 채 놓여 있는 모습. 독자 제공기상청에 따르면 제6호 태풍 카눈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부산에서 440km정도 떨어진 일본 규슈 남서쪽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다.
카눈은 10일 오전 3시쯤 경남 통영 남쪽 120km 해상을 지나 오전 9시쯤 통영 북서쪽 40km 지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눈의 중심기압은 970hPa, 최대풍속은 초속 35m지만 우리나라에 상륙할 때는 중심기압이 지금보다 더 낮고 최대풍속도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기상청은 9일 오후 2시를 기해 부산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며, 태풍특보는 이날 밤(오후 6시~24시) 내려질 예정이다.
태풍의 영향으로 부산은 9일 오후에서 10일 오전 사이 시간당 40~60mm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100~300mm, 많은 곳은 400mm 이상이다. 바람도 순간최대풍속 초속 40m 안팎으로 매우 강하게 불겠으며, 9일 밤에서 10일 밤 사이 바람이 가장 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