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한국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KBS와 MBC 이사장 동시 교체에 나섰습니다. 5인체제인 방통위에서 여권 추천 2인만으로 절차를 무시하면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동직> 방통위가 KBS 이사와 MBC 방문진 이사를 교체했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방통위는 오늘 전체회의를 열어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했습니다. KBS 이사는 방통위에서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입니다. 서 이사의 임기는 윤석년 전 이사의 잔여임기인 2024년 8월 31일까지입니다.
방통위는 또 차기환 변호사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의결했습니다.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서 의결하면 곧바로 이사가 됩니다. 차 이사의 임기는 2024년 8월 12일까지입니다.
그렇지만 이 안건은 5인체제의 방통위에서 여권 추천 위원 2인만으로 의결을 강행한 것인데다, 회의절차도 무시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 논란이 일 전망입니다.
◇이동직> 5인체제인 방통위에서 2인만으로 의결을 한다? 가능한가요?
◆권영철>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방통위법 13조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만 규정돼 있습니다. 재적위원을 정원인 5명으로 볼 거냐? 아니면 현원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입니다. 그런데도 여권추천 위원 2명의 찬성만으로 중요한 사안의 의결을 하는 게 옳은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방통위 회의운영 규칙에는 위원회 회의 소집은 48시간 전에 회의일시·장소 및 상정안건을 각 위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 7일 오후 5시가 지나서야 'KBS 보궐 이사 추천과 방문진 보궐이사 임명에 관한 의결안건'을 상정했습니다.
야권 추천인 김현 위원은 회의 안건을 통보받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겁니다.
9일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발언을 하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여권에서 추천한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야권 추천인 김현 위원 3인 체제로 운영되나, 김현 상임위원은 이날 입장을 밝히고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이동직> 방통위가 임명한 2명의 이사가 이사장이 되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KBS이사로 추천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의 경우 방송과의 인연은 처음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습니다.
방문진 이사가 된 차기환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KBS 이사를 한 차례 역임했습니다. 차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 폄하,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극우성향으로 평가됩니다.
차 변호사는 특히 KBS 이사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게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방통위가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의혹을 근거로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데,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전력이 있는 인물을 방문진 이사장으로 민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입니다.
◇이동직> 방통위가 이렇게 KBS와 MBC 이사장을 동시에 해임하는 건 유례없는 일 아닌가요?
◆권영철> 한국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일을 방통위가 절차를 무시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는 겁니다. KBS와 MBC의 이사들이 오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으니까 여권추천이지만 지금은 야권 추천입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위법적 조처들로 KBS, MBC를 뒤흔들고 있다"면서, "방통위는 5인 합의제 기구의 틀조차 무시한 채 두 방송사의 이사장과 이사 등 3명의 동시 해임을 강행하고 있다. KBS, MBC 이사장의 동시 해임은 한국 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공영방송 장악 음모 포기를 촉구했습니다.
◇이동직> KBS와 MBC의 이사장을 동시에 교체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권영철> 이사회를 장악해야 KBS 사장과 MBC 사장을 교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영방송 이사들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뜻에 맞는 이사들로 빈자리를 채우고 나면, 이 정부는 여러 구실을 만들어 KBS, MBC 사장의 교체에 나설 게 분명하다"면서 공영방송 안팎에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고, 갈등도 키울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지금 방통위가 추진하는 걸로 볼 때, 김효재 직무대행의 임기만료 전에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는 걸로 보입니다.
김현 상임위원은 "방통위의 긴박한 사유는 딱 하나 김효재 직대의 임기인 8월 23일 이전 처리하겠다는 이유 말고는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올해 안에 KBS와 MBC 사장을 교체해서 내년 총선 전에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는 겁니다.
◇이동직> 지금 KBS나 MBC 방문진 이사진 구도가 야권이 우세하지 않나요?
◆권영철> 아직은 야권 추천이사들이 다수이지만 방통위가 이미 KBS와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해임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곧 이사진 구도가 여권추천이 다수로 바뀔 걸로 보입니다.
KBS 이사회 총원은 11명으로 여4, 야7의 구도였지만 윤석년 이사의 해임에 이어 남영진 이사장이 해임될 경우 여6, 야5로 구도가 바뀌게 됩니다.
MBC 방문진 이사는 9명으로 여권 인사 3명, 야권 인사가 6명이었는데, 방통위가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를 추진 중인데, 이들의 자리를 여권 인사가 채우면 여 5대 야 4 구도로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회의가 끝나갈 무렵 대통령 추천 이상인 상임위원이 느닷없이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의 해임한 처리를 건의했습니다.
그런데 MBC 지배주주인 방문진에 대한 감사는 아직 진행중입니다. 이상인 위원이 "감사를 받고 있는데, 그 내용이 일부 확인해 보니 중대한 내용이 있어서 해임 건의를 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이 분이 판사출신인데 사전 논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건의를 한 겁니다. 재판을 받으려면 검찰이 수사를 해서 기소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감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해임부터 추진하겠다는 건 수사 도중에 판결부터 하겠다는 겁니다.
연합뉴스◇이동직> 그게 말이 되나요? 절차를 어기면 재판에서 불리하지 않나요?
◆권영철> 절차를 무시하겠다는 거죠. 사실 KBS 사장에 대한 해임이 무효로 판결이 확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시절 정연주 사장과 문재인 정부시절 고대영 사장에 대해 해임을 결정했지만 해임무효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했습니다.
방통위가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이유는 소송에서 이겨도 이미 사장은 바뀐 뒤라는 겁니다. 총선 전 공영방송 장악이라는 목표만 달성하면 되지 그 이후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관계없다는 겁니다.
◇이동직> 방통심의위원장 해촉도 추진한다구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방통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회계검사를 해왔는데 결과를 내일 발표할 걸로 알려졌습니다. 7월 3일 시작을 했는데 한차례 기일 연장을 하면서 한 달 동안 진행됐습니다.
방통위는 최근 5년 치 분량의 실적 보고서와 회계 감사보고서, 사업수행계획서, 근태관리, 정산보고서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정연주 위원장 등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정연주 위원장 등의 근무태만과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등의 결격사유가 확인됐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방통위 검사결과 중대한 하자가 드러날 경우 수사의뢰 하거나, 대통령실에서 정연주 위원장을 해촉을 결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