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달 들어 열흘 만에 주택담보대출이 1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이 관리에 나섰다.
최근 인기를 끄는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에 일제히 연령 제한을 두는 방법이 유력하게 모색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679조8893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 679조2208억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열흘 만에 6685억원이 늘었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1조2299억원(512조8875억원→514조1174억원)이나 급증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당국과 금융권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1일 은행연합회는 소속 은행들에 일제히 공통 양식을 보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 실적과 조건 등을 채워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10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주택금융공사·은행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으로, 지난 1월 수협은행이 선보인 뒤 지난달 5대 은행도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이다. 출시 이후 한 달여 만에 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연합뉴스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난다. 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당장 현재 대출자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더 많은 대출금을 받기 위해 60대 후반 고객도 50년 만기 대출을 신청하는 등 은행들이 향후 리스크 관리에 손을 놨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연령 제한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 참석자는 "50년 만기 상품에 나이 제한을 두는 쪽으로 참석자들의 의견이 거의 모아졌다"고 전했다.
대출 상한 연령은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5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현재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주택담보) 상품의 기준을 차용한 것으로, 예를 들어 주택금융공사는 현재 4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에 '만 39세 이하 또는 신혼가구', 50년 만기에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가구'라는 조건을 걸고 있다.
나머지 주요 은행들은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에 제한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분기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7조3220억원으로, 1분기 말(13조8690억원)과 비교해 3개월 사이 3조4530억원(24.9%) 급증했다.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도 1분기 말 2조8300억원에서 2분기 말 3조7천억원으로 30.1% 늘었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을 빠르게 늘리는 인터넷은행들의 영업 행태가 인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태동 당시 취지는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DB)가 풍부하니 신용 심사를 잘해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서류심사를 통해 담보를 잡는 등의 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금리가 높아져 신용대출이 많이 상환되니 영업이 어려워졌는지,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25.7% △케이뱅크 23.9% △토스뱅크 42.06%로 연말 목표치(30%·32%·44%)에 모두 미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