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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도, 리더십도, 책임도 없어…'잼버리 3無' 후폭풍



사건/사고

    경험도, 리더십도, 책임도 없어…'잼버리 3無' 후폭풍

    '야영 한 번 안 해본' 관료로 꾸려진 잼버리 조직위
    '경제 효과' 눈 멀어 유치…부실 준비 논란되니 치트키 'K팝'?
    尹 "무난하게 마무리" 자평…여야 '네탓' 공방 속 책임자는 누구

    연합뉴스연합뉴스
    안일한 준비와 부실한 대응 논란 속에 막을 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능과 무책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청소년 야영 축제라는 잼버리의 의미는 퇴색했고, 부실 준비와 대응으로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무정부 상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여야간 책임공방은 물론, 감사원 감사를 비롯해 국회 상임위와 국정조사 추진 등 잼버리 부실 운영 책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정치권 최대 이슈로까지 급부상했다.

    '야영 한 번 해봤나'…경험無 조직위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다리. 연합뉴스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다리. 연합뉴스
    애초 새만금은 잼버리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장소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간척지 특성상 땅은 무르고 배수에 취약해 벌레들이 들끓는다.

    7~8월 한반도의 폭염을 피할 그늘조차 없다. 애초 전북도가 약속한 나무와 넝쿨 식물은 높은 염분 탓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리라 예견된 일이었다. 설혹 계획대로 일이 진행됐더라도 여의도 면적 3배 가까운 크기(8.84㎢)의 야영장에서 덩굴터널과 그늘 쉼터, 안개 분사 시설 정도로 4만여 명의 대원들을 보호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대회 개최 불과 사흘 만에 벌레 물림과 온열질환 등을 호소한 대원이 2900명에 달했다.

    필수 시설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야영장에 설치된 샤워장은 281동. 2016년 세계 잼버리 유치 실천방안 연구 보고서에 제시된 숫자는 417동이었다. 애초 필요한 샤워장에 70%도 못 미치는 수다. 급수대 역시 125동 밖에 설치되지 않았다. 연구 보고서에 제시된 숫자(287동)의 절반에도 턱없이 못 미쳤다.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 구역에 있는 화장실 3개 동. 남자 화장실 변기 6개 모두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청결상태를 보였다.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 구역에 있는 화장실 3개 동. 남자 화장실 변기 6개 모두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청결상태를 보였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도심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와 야영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우정을 쌓자는 잼버리 대회 본연의 취지에 비하면 새만금은 시작부터 부적절한 장소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규모 토목 공사로 방조제를 쌓고 바다와 갯벌을 메워 만든 새만금은 오래 전부터 환경단체로부터 '생태계 파괴의 현장'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북환운동연합 이정현 대표는 "새만금은 이제 막 매립을 한 곳이어서 다른 간척지하고는 상황이 다르다"며 "2020년 봄에 공사가 시작돼 땅이 굳기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부터 새만금은 인위적인 난개발로 자연 상태가 엉망이었다"며 "자연과 공생하는 정신을 가르치는 잼버리 행사를 치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폭염과 배수, 벌레 문제 등은 사전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지만, '컨트롤 타워'에 이름을 올린 여러 정치인 가운데 누구 하나 앞장서서 예방하지 않았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면면을 보면, 공동조직위원장은 총 5명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필두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다.


    김 장관은 교수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고, 이 장관은 법조인 출신이다. 박 장관은 언론인 출신이며, 김 의원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야영 등 스카우트 활동 경험을 보유한 인물은 강 총재가 유일한데, 그마저도 잼버리 축제가 열리기 5개월 전인 올해 2월 뒤늦게 투입됐다. 컨트롤타워의 구성부터 대회의 실패를 알린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저지르고 방관…논란 커지자 가수 총동원?

    잼버리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렸다. 1991년 제17회 대회 당시 강원도 고성에서 열렸는데, 당시 135개국에서 1만 9천여 명의 대원들이 참여했다.

    당시 강원도는 도로 확장·포장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투입됐고, 강원도의 자연과 관광 상품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잼버리 대회는 야영 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국제행사에 비해 예산 부담이 적다는 측면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탐나는 행사다.

    성공적으로 열렸던 제17회 고성 세계 잼버리대회. 연합뉴스성공적으로 열렸던 제17회 고성 세계 잼버리대회. 연합뉴스
    2017년 8월 2023 잼버리 유치에 성공한 전북도는 당시 축배를 들었다. 당시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잼버리 유치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8백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3백억 원, 고용 유발 효과는 1054명으로 나타났다"면서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6년이란 준비 기간이 주어졌지만, 결과는 파행과 비판으로 얼룩진 행사로 막을 내렸다. 최근 3년 간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만 1171억 원(잼버리 행사 이전 기준). 잼버리를 위해 투입된 SOC예산이 11조 원에 달한다는 지적(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까지 나온다. 넉넉한 준비기간과 예산이 뒷받침 됐음에도 행사가 엉망으로 치러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야영지의 열악한 상황이 국제적 관심거리가 되자, 뒤늦게 김현숙 장관과 이상민 장관이 새만금으로 내려가 브리핑을 맡고 현장을 점검했다. 특히 이 장관은 야영지에서 2박 3일 숙영에 나섰지만, 현장의 시선은 좀처럼 곱지 않았다.


    CBS노컷뉴스 기자가 지난 5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는 "너무 늦었고 제대로 안된 것 같다. 지금 보니 화장실도 물이 안 나온다"며 "처음부터 정부가 주도했으면 이런 나라 망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치권의 대응은 기름을 부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을 했던 일을 소환하며 "위기에 나라를 살린 금반지 정신으로 돌아가면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국방부는 BTS(방탄소년단)가 국격을 높일 수 있게 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원들이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원들이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1일 열린 'K팝 슈퍼 라이브' 주관 방송사인 KBS의 '뮤직뱅크' 방송이 취소되고, 이곳에 출연하기로 했던 가수들이 콘서트 무대에 오르면서 가수 차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기도 전에 명분도 없이 시민부터 '징발'하려는 태도에, 문제가 터질 때마다 민간 자원을 총동원해 해결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 양천구에서 만난 신모(59) 씨는 "애초부터 준비가 잘 됐다면 더 많은 가수들을 불러서 즐거운 콘서트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마치 '땜빵'처럼 부른 모양새라 보기가 좋지 않다"며 "결국 여러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K팝 콘서트로 무마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尹 "무난하게 마무리"…'혼돈 잼버리' 책임은?

    연합뉴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잼버리를 '무난하게 마무리'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해준 종교계, 기업, 대학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뒤늦게나마 민간 기업에서 냉방 시설과 얼음물 등을 지원했고, 관계 기관들이 나서 숙소와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해 애초 걱정과 달리 행사가 잘 마무리됐다는 취지다.

    정부의 '자화자찬'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총리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여당은 여가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어차피 없앨 여가부에만 책임을 묻지 말고 정부지원위원장인 한 총리가 책임질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과거 잼버리를 유치하고 개최했던 야당과 전북도에 책임을 묻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1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총체적 무능과 실패로 끝난 잼버리라고 우기면서 책임 전가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아마도 조사에 들어가면 들킬 수밖에 없는 구린 구석이 많은 게 아닌가 짐작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며 "부디 이번의 실패가 쓴 교훈으로 남고, 대한민국이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고 평가하면서 잼버리 대회는 본격적인 정치권 이슈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문이 오늘 사설에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썼다"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기까지 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여야는 오는 16일 행안위와 25일 여가위 등 유관 상임위에서 잼버리 대회 파행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놓고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여가부와 행안부, 잼버리 조직위와 전북도 등 관계 기관에 대한 감사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 유치 단계부터 부지 선정,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 조직위 운영, 예산 집행 내역 등 전방위적인 감사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무난하게 마무리했다"고 자평한 잼버리 대회를 상대로 감사원의 칼끝이 과연 어디까지 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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