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실(65)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연합뉴스학교폭력 피해 지원을 위해 23년간 현장에서 일해온 조정실(65)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학가협) 회장이 25일 이화여대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조 회장은 "그간 현장에서 학폭 피해 회복을 지원할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석하고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학폭 피해 가족이다. 2000년 당시 중학생이던 자녀가 학폭을 당하자 학가협을 만들어 비슷한 아픔을 가진 부모들과 서로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학가협이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조 회장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 및 부모 대상 치유 프로그램의 효과 분석'이다.
연구 결과 학폭 피해 학생과 대학생 멘토 간 '멘토링 프로그램'은 피해 학생의 자아 존중감과 학교 적응에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피해 학생 부모가 가지는 '자조 모임'도 회복 탄력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줬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오랫동안 피해 학생과 부모를 만난 조 회장은 최근 학폭 대책이 가해자를 엄벌하는 기조라는 점을 우려했다.
진정한 대책을 만들려면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피해 학생은 또래 친구들, 집단 내에서의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다"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건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자존감 회복, 다시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 학생을 처벌하면 '죗값을 다 치렀다'고 생각해 미안한 감정은 사라지고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는 생각만 남는다"며 "처벌이 상황을 악화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가해 학생들이 종종 '피해자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피해 학생에게 돌린다고 지적했다. 학폭 소송을 맡는 일부 법률사무소에서도 "쌍방 책임을 주장하라"거나 "절대 사과하지 마라. 사과 자체가 인정이라 불이익을 당한다"고 조언한다고 한다.
조 회장은 "문제는 아이들이 일으켰는데 어른들이 개입해 해결하려다가 더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이후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해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 등을 이용한 사이버폭력이 심해졌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육체적 폭력은 눈에 띄지만 사이버 폭력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24시간 피해자를 감시한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학가협이 운영하는 학폭 피해 학생·부모 치유 전담기관 '해맑음센터'는 교육부의 지원으로 지난 23일 대전시에서 충북 영동군 상촌면으로 이사했다.
조 회장은 "충분한 예산을 받아 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좋은 시설의 센터를 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