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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공급 끊긴 파킨슨 치료제…"1420원하던 약값 50만원 넘게 급등"

보건/의료

    국내공급 끊긴 파킨슨 치료제…"1420원하던 약값 50만원 넘게 급등"

    핵심요약

    정부, 카피약 나오자 보험적용 약값 인하 추진
    제약사 "수지 안맞는다"며 국내 시장서 철수
    "카피약 부작용 많고, 오리지널 해외직구 부담 커"

    파킨슨병 치료제 '마도파정'. 약학정보원 캡처파킨슨병 치료제 '마도파정'. 약학정보원 캡처출시된 지 30년 된 파킨슨병 치료제의 국내 공급이 올 1월부터 중단되면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카피약(제네릭)이 나오면서 오리지날 약의 가격을 낮추려 하자, 스위스에 본사를 둔 회사는 결국 국내시장에서 철회해 버렸다.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은 제네릭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오리지날 약의 재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30년 된 약, 대체제 아직도 없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 연합뉴스다국적 제약사 로슈. 연합뉴스
    지난 1월 제조사인 한국로슈가 품목신고를 취하하면서 마도파정(125mg, 250mg)의 국내 공급이 중단됐지만, 환자들의 수요는 여전히 높다. 대한파킨슨병협회 관계자는 "국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처방돼 온 마도파정을 대체할 만한 약이 아직 없다"고 털어놓았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며 발생하는 만성 신경퇴행성질환으로, 마도파정은 뇌에 부족한 도파민을 직접 보충해주는 '레보도파'를 주성분으로 한다. 레보도파는 파킨슨병에 가장 효과적인 제제로, 마도파정은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레보도파 성분 오리지널 치료제다.
     
    마도파정을 복제해 만든 제네릭이 2021년 국내에서 출시돼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지만, 대한파킨슨병협회 관계자는 "실제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들어보면 사실상 다른 약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오리지널 약인 마도파정과 비교해 약효가 짧고, 어지럼증이나 구토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파킨슨병 환자 커뮤니티에서 제네릭 치료제 복용 후 나타난 부작용 사례를 수십 건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환자의 자녀는 "어머니가 제네릭 치료제 복용 후 일주일 동안 극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하다가 오리지널 약인 마도파정을 복용한지 3일 만에 호전됐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신경과 전문의 B 교수는 "제네릭 치료제는 식약처에서 오리지널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는 평가를 받아 정식 허가된 것"이라면서도 "국내에서 실제 대규모 임상을 거친 것은 아니라 치료 현장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가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험상 5%가량의 환자에게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사실 이 정도도 꽤 큰 숫자"라며 "잘 쓰고 있는 약을 못 들어오게 해 굳이 5%를 힘들게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파킨슨병협회 관계자는 "파킨슨병 환자가 주로 고령층이라 부작용과 증세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약을 변경해 복용하는 과정에서 약효‧부작용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정당 142원이었지만 약가 인하 추진…치료보다 경제성만 따졌나

    25일 마도파정 재공급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다. 국민동의청원 화면 캡처25일 마도파정 재공급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다. 국민동의청원 화면 캡처한국로슈 측에서 밝힌 공급 중단 배경은 연구개발(R&D) 분야 전환에 따른 '파이프라인 전략 변경'이다. 그러나 이미 한 정(125mg 기준)당 142원이라는 낮은 약가로 인해 수익성 문제를 겪던 와중, 정부에서 약가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국내 시장 철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약가 인하 요구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네릭 치료제 등장에 따른 오리지널 치료제의 급격한 약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가산제도가 일시적으로 보장하는 가산기간이 종료돼 (약가 인하를) 진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중단 이후 환자들에 의해 마도파정 재공급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해만 총 세 차례 진행되면서, 정부 측에서는 한국로슈와 약가 인상을 통한 재공급 협상을 시도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복지부와 한국로슈는 재공급 협상에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로슈 측에서 이미 철폐한 국내 생산 설비의 복구비용 보전 등을 요구했다며, 결과적으로 "한국로슈에서 원하는 금액의 수준이 (정부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컸다"고 밝혔다.

    재도입 논의도 난망…부담 급증한 환자들

    연합뉴스연합뉴스마도파정의 재공급이 무산되자 환자들은 앞으로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번 공급 중단으로 마도파정 복용을 희망하는 환자들은 이전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해외에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파킨슨병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는 중증난치질환자 산정특례 혜택을 받아 125mg 100정 기준 1,420원에 약을 구입했지만, 이제는 운송료만 50만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공급 중단된 마도파정 2품목에 한해 급여 삭제 적용 유예기간을 기존 7월 31일에서 12월 31일로 연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에 아직 남아있는 마도파정 재고 구입을 돕고자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대한파킨슨병협회 관계자는 "이미 재고가 거의 없어 약국에 가도 구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8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전히 마도파정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제약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자단체와 함께 재공급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해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논의 시기와 방식은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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