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자신이 판결한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전체 판결을 균형 있게 살펴봐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성범죄를 포함한 강력범죄 등에 대해 엄정한 형을 선고한 다수의 판결이 있음에도 감형한 일부 판결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대부분의 사건에서 1심의 양형을 존중했으나 사안에 따라서는 신중하게 양형 요소를 검토해 1심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 것"이라 설명했다.
성범죄 감형 논란과 관련해 지난 25일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형량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이은 두 번째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일부 판결의 결론이나 문구만으로 성범죄나 강력범죄에 온정적인 것처럼 보도되는 상황"이라며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판결을 직접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누범 기간 중 결별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식칼로 위협해 7시간 넘게 감금한 뒤 성폭행과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을 시켜주겠다며 피해자를 끌어들인 뒤 이를 빌미로 협박하고 폭행한 사건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미성년자 성매수를 한 피고인에게는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특히 이 사건은 피고인에 대한 실형이 확정돼 종전에 선고된 집행유예가 실효되면 3년 6개월을 추가로 복역해야 한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1심이 부당하다고 보고 형량을 가중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허위로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진품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홍산옥기를 진품으로 속여 5억원을 받아 챙긴 사건에서는 1심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개별 사건에서의 양형은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항소심 법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고민 끝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며 "국민들의 균형 있는 판단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에서 근무하던 지난 2020년 11월 미성년자의제강간·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으로 감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인지 감수성' 부족 논란이 불거졌다.
A씨는 과거 군 복무 중 아동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음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제대 후에도 아동 2명에게 음란 사진을 보내는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 후보자가 감형을 선고한 범행은 이 집행유예 기간 중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해야 함은 분명하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있고, 개선·교화의 여지가 남은 2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라며 징역 10년은 지나치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