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제공현대자동차가 총파업의 기로에 섰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하면서 그 가능성이 한층 더 현실로 다가왔다. 노사가 물밑 조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입장차가 작지 않다. 실제 파업에 나서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28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25일 조합원 4만4538명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 결과, 4만3166명이 투표에 참여하고 그중 3만9608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투표율은 96.92%, 찬성률은 재적 대비 88.93%와 투표자 대비 91.76%를 기록했다. 투표율과 찬성률 모두 역대 최대다. 최근 10년간 투표율이 90%를 넘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현대차 노조는 "사상 최대 참여율과 역대 최고 찬성율은 사측이 17차례 교섭에도 그 어떤 제시조차 하지 않은 데다 최대 성과에도 불구하고 교섭때마다 조합원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의 쟁의권 획득 여부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결정된다. 중노위가 노사의 입장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단 결정을 내리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된다. 앞서 노조는 지난 18일 임금·단체협약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현대차 노조는 중노위로부터 쟁의권을 획득하면 오는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해 구체적인 파업 방향을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서게 되면 이는 2018년 이후 5년 만의 총파업이다. 노조는 "쟁의권을 움켜쥐고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월 기본급의 900% 상여금 지급,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중 노사 분규의 핵심 쟁점은 정년 연장이다.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최장 만 64세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임금의 경우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정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정년 연장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 기업이 선제적으로 이를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 미칠 여파도 현대차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년 연장을 두고 강대강으로 맞붙은 현대차 노사의 최종 타결점이 어디로 향할지는 산업계 전반의 관심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정년 연장을 바라보는 사회적 여론과 총파업이 초래할 생산 차질 등 손실이 노사 양측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걸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노조로서는 쟁의권을 획득해도 당장 파업에 나서기는 부담이고, 사측은 반대로 총파업이 가져올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양측 모두 한동안 물밑 조율을 거치며 최종 타결점 모색까지 다시 한번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