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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폐지 전제돼야"…대법, '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실상 반대

법조

    "사형제 폐지 전제돼야"…대법, '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실상 반대

    핵심요약

    법원행정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견조회에…"추가 검토" 회신
    대법원, 사실상 반대 입장…제도 도입 추진 정부 등 입장과 거리
    일반 범죄까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 확대 위험…형벌 수위↑
    제도 도입으로 범죄 예방 효과 의문…교도 행정 큰 부담 측면도


    최근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사형제 대안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제도에 대해 대법원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견 조회 요청에 따른 의견서를 최근 제출했다.

    CBS노컷뉴스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의견서를 보면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사형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형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취지의 의견을 나타냈다.

    법원행정처는 "선진국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무기금고 포함)에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폐지하는 추세"라며 "이 제도의 도입은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입은 조정훈 의원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와 별개로 법무부도 지난 14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강력한 흉악범죄를 저지를 피의자들에게 이 처벌로 인해 더 이상 당신에게 인생의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메시지를 주는 게 무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윤창원 기자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윤창원 기자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물론 상대적 종신형 제도 또한 사형 폐지 이후의 대체형벌에 대한 고민으로 고안된 제도"라며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있는 나라에서도 특정 범죄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하는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형사처벌 규정들을 조사·검토해 현재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범죄 중 어느 것을 사형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것인지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만큼이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강력 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에까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선고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대체하게 되고, 전체적인 형벌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해 2010년 2월 무기징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역시 자연사할 때까지 수용자를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형에 못지않은 형벌이고,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키며, 또 다른 위헌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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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행정처는 "사형제도 폐지를 전제로 하지 않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은 사형 못지않게 논란이 있는 중한 형벌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도입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수렴 및 제도의 장·단점 등에 대해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밖에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교도행정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지만 살인사건은 2012년 1022건에서 2021년 692건으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법원행정처는 "엄벌주의의 범죄 예방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화와 사회복귀 여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새로운 형벌을 도입하는 것이 응보의 목적 이외에 범죄 예방 등에 있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하더라도 △그 범죄 종류를 한정하는 방안 △선고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양형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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