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오른쪽)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캔터키주 커빙턴에서 기자회견 중 갑자기 말을 멈추며 '얼음' 상태에 빠져있는 모습. 연합뉴스정치인들이 민감한 질문을 받고 주저하는 경우는 종종 있을 수 있지만, 올해 81살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의 30초 침묵은 미국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바로 몇 살까지 정상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는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켄터키주 커빙턴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매코널 대표는 '2026년 선거에 출마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에 약 30초간 앞쪽을 응시하며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지 버튼이 눌러진 듯 미동이 없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기에 현장 관계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미국 언론들은 얼어붙었다(Freeze)는 표현을 썼고 해당 영상은 틱톡 등에 순식간에 퍼졌다.
매코널 대표는 1942년생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1살이 많다. 지난 7월 26일에도 공화당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20초간 굳어있던 그였기에 건강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언론을 상대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미국 정계에서는 별일이 아니라며 서둘러 수습하는 분위기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매코널 대표와 통화했다면서 전화상으로 예전 그대로였다고 대중을 안심시켰다. 그의 30초 침묵은 "뇌진탕의 후유증으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면서 "매코널 대표가 예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그를 지지했다. 미국 의회 주치의인 브라이언 모나한 박사도 성명을 내고 "현기증은 뇌진탕 회복 과정에서 드물지 않은 일이며 현기증은 탈수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매코널 원내대표에게 일정을 계획대로 해도 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언론에서 고령 정치인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저널리스트인 짐 개라티는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정부에서 최고 수준의 역할에 수반되는 권한을 행사하려면, 노인의 경우 자신의 건강에 대한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개라티는 "정치인의 건강상태는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숨겨질 수 있다"며 "단순히 노년기에 기분이 좋고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에게 봉사하기 위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깨웠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무려 1933년생으로 아흔의 나이에 31년째 상원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다이앤 파인스타인의 건강 상태도 언급했다.
즉 "수십 년 동안 공직에 있었던 그들이 재임을 원한다면 최소한 대중에게 자신의 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충고다.
현재 미국 의회 상원의 평균 연령은 64세로 하원 57세보다 훨씬 높다. 상원의원 100명 중 68명은 60세 이상이다.
뉴욕타임즈는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는 퇴직 연령이 있지만 유독 의회에서는 이같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보좌진 등 수십명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의회 문화도 은퇴를 늦추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대선을 겨냥해 상원 의원직과 대통령직 수행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매코널 대표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전 세계에서 나오고 적들에게 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