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자당(自黨)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행사 참여 논란에도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이 '출가외인'에 해당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종북 논란'을 피해야 한다는 당내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 따로 없어"…국민의힘 "반국가행위 동조"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5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 관련) 입장은 따로 없다. 윤리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잘 검토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같은날 윤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앞서 민주당 몫 비례로 국회에 입성한 윤 의원은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으로 출당했다.
민주당이 몸을 사리는 데는 우선 윤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무소속이 된 지 2년이 넘어 섣불리 비호하기 애매하다는 판단 때문이 크다. 코인 논란이 불거지면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나, 전당대회 돈 봉투 논란으로 당을 나간 윤관석·이성만 의원과는 다른 사례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코인 논란이 터졌던 자당 소속 권영세 의원에 대해서는 조용히 있다가 왜 민주당에게는 무소속인 윤 의원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위법성 여부가 결정될 경우 최종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칫 당이 '종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사실관계 논의가 아닌 색깔론 논쟁으로 빠질 경우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인 '중도층 공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조총련은) 대법원 판례에서 반국가단체로 확정돼 있는 상태"라며 "최소한 미리 신고를 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되고 실정법을 어긴 점이 현재로서는 있는 것 같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단식투쟁 6일 차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설치된 단식투쟁천막으로 방문한 전해철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정부·여당의 이념 전쟁에 맞서 전선을 너무 넓게 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서울-양평고속도로, 해병대 수사외압 등 주요 현안으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총련 논란까지 공방을 진행할 경우 여론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도 당이 전선을 넓게 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우선 이 대표가 단식을 통해 문제제기한 이슈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미향 "헌화만 했다"…'국보법 위반' 두고 조심스런 분위기
윤 의원은 행사에 참석해 헌화만 했을 뿐 조총련 측과 접촉한 적 없으며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의원 측은 5일 입장문을 통해 "일본의 간토학살 100주기 희생자 추모사업들은 대부분 '간토학살 희생자 추도실행위원회' 조직에서 준비한다"며 "그중에는 당연히 조총련도 포함돼 있다. 일본 시민사회 어느 곳에 가든 조총련은 있다"고 해명했다. 또 한국계 동포 단체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주최 행사에는 불참한 것과 관련해 "민단의 추념식을 알지도 못했고 초청받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윤 의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의원의 국보법 위반 부분은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다만, 윤 의원이 참석하기로 했던 행사에 민단이 참여하지 않은 배경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에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윤 의원이) 무소속이라고 모르는 체한다면 너무 비겁한 행위"라며 "계속 침묵하면 윤 의원의 반국가적 행위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몰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