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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은 일대일로…'공동 발전' VS '부채 함정'

국제일반

    10주년 맞은 일대일로…'공동 발전' VS '부채 함정'

    핵심요약

    7일 시진핑의 대외 확장전략 일대일로 10주년
    거액 투자하며 '내정 불간섭' 원칙 천명해 인기
    10년간 152개국 참여…누적 투자액 1400조원
    참여국 디폴트, 23개국 파산 위기 등 비판론↑
    美 '부채와 올가미 협정' 맹비난…伊 탈퇴 전망
    中 "비판은 정치적 선전"…10주년 대대적 홍보

    시진핑. 연합뉴스시진핑. 연합뉴스
    7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처음 밝힌지 10주년 되는 날이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 공동 건설'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가 권좌에 오른지 6개월 만에 새로운 대외 확장 전략을 내놓자 400억달러 규모의 기금 설립과 주요 부처가 참여하는 추진 로드맵 등 일대일로를 본격화하기 위한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中 "10년간 152개국 참여한 '공동발전 모델'"


    일대일로는 중국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을 육.해상으로 잇는 신(新)실크로드 사업을 말한다. 중국은 실크로드 선상에 위치한 국가들과 단순 경제협력을 넘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신흥경제국이나 개발도상국, 저개발국 등이 많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집중 공략 대상이 됐다. 중국이 대규모 자본을 빌려주며 이들 국가의 인프라 건설을 돕고, 이들 국가는 이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공동발전 모델'이 제시됐다.

    경제발전을 위해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 건설이 절실한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천명한 중국의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미국 등 서방진영은 그동안 지원 규모는 쥐꼬리만 한데 독재나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사사건건 내정에 간섭하기 일쑤였다.

    이에따라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파죽지세로 늘어났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52개국과 32개 국제기구가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이는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국가의 83%에 달한다.

    상하이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일대일로 관련 중국의 누적 투자액(2022년 기준)은 9620억 달러(약 1400조 원)에 달한다. 또,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에 지난 2021년에만 405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는데 그해 IMF(국제통화기금)가 지원한 차관액의 60%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참여국 부채에 허덕여…美 "부채와 올가미 협정"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대일로가 저개발국 등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빚을 지게 만들어 결국은 중국에 종속되도록 만드는 '부채의 덫'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리랑카다. 지난해 국가부도 사태에 빠진 스리랑카는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들여와 항만과 공항 등 인프라 건설에 활용했지만 활용도가 떨어져 적자 운영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11억 달러 이상이 투자된 함반토타항은 항만 지분 80%와 99년간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갔다.

    역시 중국 자본으로 함반토타항 외곽에 건설한 마탈라 국제공항은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어 현재 유령공항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여기다 함반토타항에는 중국의 군용 함정으로 추정되는 배가 드나들면서 민간 항만을 군사용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총리(오른쪽)가 지난해 1월 9일 콜롬보에서 만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팔짱을 낀 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총리(오른쪽)가 지난해 1월 9일 콜롬보에서 만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팔짱을 낀 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14건 가운데 9건이 스리랑카와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23개국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일대일로 명목으로 지급하는 자금의 이자율은 연 5% 가량인데 이는 IMF의 약 두 배 수준이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투자 대상국 입장에서는 합당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일대일로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채와 올가미 협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최근에는 주요 7개국(G7)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탈퇴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中 "일대일로 비판은 정치적 선전"…10주년 대대적 홍보


    이에 중국 측은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반박하고 있다. 케냐 출신인 아프리카정책연구소 데니스 무네네 음와니키 전무이사는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은) 아프리카인들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단념시키려는 정치적 서술과 선전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대일로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 10만km가 넘는 고속도로, 약 1천개의 교량, 약 100개의 항구가 건설 중이며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일대일로를 통해 현재까지 볼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중국은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7일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0여 국 정상이 참여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10년전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밝힌 시 주석이 '부채의 덫'이라는 서구진영의 신랄한 비판을 어떻게 반박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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