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왼쪽)·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두고 '공산주의자'라고 말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8일 문 전 대통령이 2015년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작년 9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이라며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평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통령선거 직후인 2013년 1월 한 보수단체 행사에서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다.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부림사건은 제5공화국 시절 사회과학 독서모임 회원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고문하고 재판에 넘긴 조작 사건으로, 고 전 이사장은 이 사건의 수사 검사였다.
문 전 대통령은 "합리적 근거 없는 발언으로 사회적 평가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고 전 이사장에게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 2심 모두 고 전 이사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상대방을 부정적인 반사회세력으로 일컫는 것으로,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문 전 대통령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를 저하시키기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의견이나 입장 표명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형사 재판에서의 무죄 판단과 같은 취지다.
고 전 이사장은 같은 발언으로 기소돼 형사 재판도 받았다.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하고, 지난해 2월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