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 박종민 기자총사업비가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인천 청라 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의 입찰 비리 의혹을 들여다보던 경찰이 조만간 정식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인천 청라 영상‧문화복합단지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해 범죄 정보 수집 단계를 거쳐 이르면 이번 달 중 사건을 인천경찰청(인천청)에 배당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 고위 관계자의 '직권 남용' 혐의다.
이와 별개로 인천청은 해당 사건을 포함해 상당 기간 동안 인천경제청을 내사(입건 전 조사)해왔다. 국수본의 사건 배당은 일부 혐의가 포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피의자 2명의 통화 관련 내용이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수본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청라 영상·문화복합단지는 인천시 서구 청라동 일대에 약 18만8000제곱미터(㎡) 부지에 실내외 스튜디오 등 영상 제작 인프라와 관광문화시설을 조성, 운영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약 1조5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문화복합단지에는 약 1500세대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 사업이 포함돼 이권이 크게 걸린 사업이다.
지난 3월 인천경제청(김진용 청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더이앤엠'(THE E&M) 컨소시엄을 선정했는데, 해당 업체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등 입찰 비리가 있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업체는 이른바 '벗방'을 위주로 하는 인터넷 성인방송(팝콘티비)을 운영 중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전경. 연합뉴스취재진이 입수한 '더이앤엠' 사업계획서 요약본에 따르면 컨소시엄의 협력 업체 명단에는 iHQ 방송이 포함돼 있다. 해당 방송은 강원 알펜시아 입찰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는 KH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KH 그룹 배상윤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혐의를 받는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경제 공동체' 관계로 거론된다.
'더이앤엠' 컨소시엄은 평가 과정에서 KT를 필두로 한 경쟁 컨소시엄 대비 '사업신청자·종합개발구상·전문성 및 관리 운영계획' 등 19개 평가 항목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논란이 됐다. 평가위원 명단이 추려지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은 인천경제청 내부에서부터 제기됐다.
경찰의 범죄 정보 수집 결과, 최종 심사위원 12명의 명단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간 간부 결재 없이 담당 실무자 A씨 주도로 심사위원 명단이 꾸려졌고, 심사위원 중에는 A씨 지인이 포함된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특정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 국민의힘 B의원 측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다만 해당 의원은 "해당 사업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해당 심사의원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라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인천경제청 소속 실무자 A씨가 함께 진행 중이던 인천 송도국제도시 '케이팝 콘텐츠시티'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입찰 비리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해당 사업은 송도의 'R2' 부지에 한류 콘텐츠 관련 시설을 짓는 조건으로 대규모 주거용 오피스텔(약 7000세대 이상)을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총 사업비만 약 6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 김진용 청장이 미국 라스베가스 출장 중 한 업체 관계자를 만나 편의를 제공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해당 업체가 이후 사업 공모에 지원하면서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수의계약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천경제청이 주관하는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치권 개입 의혹 등 '특혜 시비'가 일면서 오는 10월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의 정식 수사 전환과 관련해 취재진이 김 청장의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iHQ 관계자는 "변호사비 대납은 검찰에서도 2년 넘게 수사했으나 입증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iHQ는 '더이앤엠' 컨소시엄 협력업체가 아니며 구속력이 전혀 없는 단순 MOU에 이름을 올린 수많은 업체 중 하나일 뿐이다. 인천 청라 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에 단돈 1원도 투자하지 않았고 관심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천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 선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고 이런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