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포스터. CBS 제공"대한민국은 완전히 망했네요(Korea is so screwed)."
교육방송(EBS)이 지난 7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K-초저출생>에 출연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8명'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이 석학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엄청나다"고 경악했다.
국민들은 매년 '역대 최저'란 수식을 달고 발표되는 통계에 무뎌진 감이 있지만,
사실 국내 출산율은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올 봄 내한한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도 "4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매번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 놀랍다"며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은 2750년쯤 소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출산율 반등을 위해 280조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또다시 하락했다. 이대로라면 '0.6명대'도 시간문제란 전망도 나온다.
좀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인구 위기'를 풀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Happy Birth K(해피 버쓰-케이)' 캠페인 등 생명의 소중함과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를 앞장서 알려온
CBS는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인구와 기업, 그리고 성장'이란 주제로 포럼을 열고 해법 모색에 나선다. CBS 김진오 사장이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인구포럼 : 새로운 미래를 기획한다' 에 참석해 비전선포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기독교방송인 CBS는
초저출산이 우리가 당면한 최대 현안이란 문제의식 아래 2021년 '생명돌봄 국민운동캠프'를 출범하고 매년 <대한민국 인구포럼>을 개최해 왔다. 올 4월 26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여성의 노동권 보장 등 일터에서의 '성평등' 제고, 양육 환경의 질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간의 포럼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소멸위기를 다소 거시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정책 방향성을 짚어보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기업'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영역을 파고들 예정이다.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등 국가가 하나의 슬로건으로 출산을 통제하던 시대는 지났다.
민·관 협업이 필수적인 저출산 대응에서 '민(民)'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미래의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에 정부나 지자체보다 더 발빠르게 반응해 왔다.
앞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올 3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을 향후 정책의 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취업한 청년 세대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은 그 '사회 환경'의 최일선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이 15~59세 시민 2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만족도가 높은 20~39세 미혼남녀의 68.4%는 결혼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비율도 60.2%로 나타났다.
한미연은 가족친화적 근로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 기업을 독일 정부가 인증하는 '가족친화인증제도' 등 해외 사례를 들어 인구 문제를 풀기 위한 민간 기업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연구위원은 지난 7월 보건복지포럼에 게재된 보고서('일-생활 균형과 삶의 만족: 결혼·가족 특성에 따른 차이를 중심으로')를 통해
"일-생활 균형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수준이 되어야 자녀가 있는 것이 삶의 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점에 착안한 CBS는 초저출산 국면 속 기업의 역할을 고민하며 실질적 행동을 전개해 온 기업 관계자들을 대거 초청해 지혜를 나눈다.
먼저
김영미 저고위 부위원장과 국내를 대표하는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각각 '저출산 시대, 인구정책이 나아갈 길', '인구 대전환이 기업에 요구하는 시대 가치는?'이란 제목으로 기조 발제에 나선다.
이어
△문혜숙 KB금융그룹 ESG본부 상무('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KB금융의 노력') △김용근 포스코 기업시민전략그룹장('인구위기 속 기업시민의 역할')은 출산·돌봄에 친화적인 일터와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한 회사 차원의 노력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육아휴직 후 퇴직한 직원들에게 3년 후 재채용 기회를 부여해 최장 5년의 육아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재채용 시 해당 직원은 직전 직급으로 직장생활을 이어가게 되며 급여 감소 등의 불이익도 없다.
KB금융 측은 '늘봄학교 및 초등돌봄체계 발전'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총 500억을 지원하는 업무협약(MOU)을 교육부와 체결하기도 했다.
사원 부부가 '네 쌍둥이'를 자연분만해 화제가 됐던
포스코는 지난 2018년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뒤 2020년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저출산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은 각자 상황에 따라 전일(8시간)이나 4시간, 6시간 중 택일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직원들은 자녀 1명당 최대 4년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사업적 측면에서 인구 위기를 또다른 '기회'로 활용한 사례들도 있다.
유업계 최초 여성 CEO인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저출산에 대한 매일유업의 관점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다.
작금의 저출산은 흰우유가 '메인'인 매일유업에게도 큰 난관이었다. 영유아 등이 주 고객인 탓이다. 김 부회장은 중·노년을 상대로 한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등을 출시해 돌파구를 찾았다.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해 특수분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등 ESG경영도 이어가고 있다.
인구 감소가 여는 새로운 시장에 주목해온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스타트업이 인구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오정화 지속가능경영센터 상무) △듀오정보(박수경 대표) △휴먼스케이프(장민후 대표) △레몬트리(이민희 대표) 등도 발제에 참여한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마지막 연사 토론을 좌장으로 이끌 예정이다.
포럼 관련 세부사항은 홈페이지(인구포럼.kr)를 참조하면 된다. 현장 참석을 원하는 경우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4월 2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xCBS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발제 강연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