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와 그 주변 라티움에 정착해 살던 라티움 사람들이 사용하던 라틴어. 로마가 지중해를 점령하고 중세 가톨릭교회가 차용하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라틴어는 '지식인'들의 언어로 사용됐다. pixabay 갈무리우리에게 낯선 라틴어는 '해리포터'의 마법 주문이나 고대 보물을 찾는 고대어 수수께끼 문자, 신부 퇴마사가 외치는 악귀 퇴치 주문 등의 영화 소재에서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익숙한 라틴어라면 고대 로마공화정 말기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한구절에서 유래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우리말로 '현재를 잡아라(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이 라틴어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외쳤던 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할 때 행렬과 군중들이 외쳤던 말이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외쳤던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기원전 약 6~5세기 들어 문자로서 틀을 다진 라틴어는 고대 로마와 중세 가톨릭교회를 통해 권위이자 지식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과거 유럽에서는 과학, 학술, 법,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언어로 사용됐고 수많은 작가, 철학자, 사상가들의 지식을 전파한 언어였다. 지금은 그 위상이 사라졌지만 세계화 된 세상에서 지금도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인 고전 번역가인 니콜라 가르디니 영국 옥스퍼드대 이탈리아문학·비교문학 교수가 펴낸 책 '인생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은 명석한 지성으로 빛나는 키케로, 굳어버린 감각을 깨우는 베르길리우스, 단순한 문체로 진정한 행복을 논한 세네카를 비롯해 17인 거장들의 라틴어 명문을 발췌해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보전해 온 사고와 철학을 상처받은 현대인과 공유하고자 한다.
'군주론'을 남긴 16세기의 마키아벨리는 라틴어로 쓰인 책을 읽을 때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고 "고대인의 오래된 궁정으로 걸어 들어가 대화를 나눈다"고 표현했다. 그가 고전에서 현실에 대한 답을 찾았던 것처럼 21세기 어지러운 세상에서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줄 한마디를 고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윌북 제공 이 책의 부제 '흔들리는 나를 위한 라틴어 문장들'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라틴어 거장 17인의 명문을 담았다. 지금의 나와 같은 어려움을 고대인들도 겪었고, 같은 고민을 했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의 한마디 위로가 형언할 수 없는 위안이 되지 않을까. 고대인들 고민의 결과가 내 삶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해주지 않을까.
다만 이 책이 한국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지만, 영어 문장도 어려운데 라틴어 문장을 접하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세네카, 베르길리우스, 카이사르, 호라티우스 등의 명문을 통해 간단한 문법 소개와 저자가 짚어주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라틴어의 매력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장관 등 각료를 가리키는 영어 'minister'는 라틴어로 '하인'이라는 뜻이다. 'minus'라는 라틴어 접두사를 알면 이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어로 총리를 뜻하는 'Prime minister'도 라틴어 지식에 따르면 별로 대단치 않은 지위를 가리킨다는 사실에 슬며시 웃음 짓게 될 것이다.
저자 가르디니 교수는 책에서 "(고전) '갈리아 전기'는 세계를 수학과 지리학으로 재창조하려는 모험이다. 이 책의 문장들은 정확한 인과관계에 따라 조직되고 명확하게 규정된 시간에 따라 쓰였다. 목적과 결과 또한 중요하다. 아무런 목적이 없거나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글로 남길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그리스와 로마의 문학과 역사, 고전을 접해본 경험이 있다면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니콜라 가르디니 지음 | 전경훈 옮김 | 윌북 | 3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