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위헌결정을 요구하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아래)과 국가보안법에 찬성하는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위)이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적행위를 찬양·고무·동조한 행위와 이적표현물을 제작·운반·반포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 국가보안법 조항이 위헌 심사를 넘지 못하고 또 다시 '합헌' 판단을 받았다. 지난 1991년 이후 8번째 합헌 결정이다.
헌재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5항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합헌 결정했다. 함께 심사한 국가보안법 제2조 1항과 이적단체 가입을 처벌하는 제7조 3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각하 결정했다.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5항은 이적행위를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한다.
이번에 위헌 심사를 받은 부분은 1항 중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 부분과 5항 중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제작·운반·반포한 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헌재는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7조 1항(이적행위 조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7조 5항(이적표현물 조항) 중 '제작·운반·반포' 부분은 재판관 6대3 의견, '소지·취득' 부분은 4대5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7조가 헌재의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법이 일부 개정된 1991년 이후 이번이 8번째로, 또 합헌 결정이 유지됐다.
헌재는 이날 반국가 단체를 정의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2조 1항과 이적단체 가입 조항을 규정한 같은 법 7조 3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청구인들이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받은 터라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9월 15일 공개 변론을 열고 청구인들과 법무부, 학계의 입장을 들었다.
청구인들은 국가보안법 7조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며 유엔 위원회 권고나 국제규약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며 과거와 같이 오·남용되는 사례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반박한 바 있다.
헌재는 "그동안 이적행위 조항 및 이적표현물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선고했던 종전의 헌법재판소 선례들이 여전히 타당하며 이를 변경할 필요성이 없음을 선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가 법률의 개정, 헌법재판소 결정 및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제한돼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이적행위 조항이나 이적표현물 조항이 오·남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북한으로 인한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현 시점에도 존재의의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