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모습. 임민정 기자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맞는 첫 명절. 엿새간의 '황금연휴'에 시민들은 저마다 여행지로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휴 직전인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엔 양손에 캐리어를 들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어린아이들과 가족 여행에 나선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출국장 인근에서 만난 김모(50)씨는 긴 연휴 덕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손자와 가족을 만나러 간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을 못 봤다. 1년 전에 봤을 때도 마스크를 쓰고 만났다"며 "그 사이 손자가 학교에 들어갔는데도 못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이다. 닷새 정도 같이 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송편 만드는 법도 알려주고 싶고 부침개도 같이 만들어 보고 싶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고 싶다"며 들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본격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일주일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12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지난해 추석 연휴(6만 6명)와 비교해 188.9%나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17만 9462명)과 비교해도 96.6%까지 회복한 수치다. 다음 달 1일에는 가장 많은 18만여 명의 승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예정이다.
친구 4명과 남아프리카 나미비아로 여행을 떠난다는 대학생 최유진(25)씨는 "회사에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면 이렇게 오래 여행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어 집을 포기하고 여행을 택했다"며 "생소한 나라로 여행을 가 가족들이 많이 걱정했지만, 결국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다"며 배낭을 고쳐맸다.
9명 대가족이 태국으로 여행을 간다는 권윤정(39)씨는 "원래는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데, 올해는 아버님께서 생략하셔서 다 같이 가족여행을 간다"며 "거의 10개월 전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자세한 여행 계획을 짜고 싶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바빠서 아직 계획을 못 세웠다.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짜보려 한다"며 "어머님, 아버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여행 계획이) 아이들 위주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웃어 보였다.
같은 날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도 귀성 행렬이 이어졌다. 홍삼, 김 등 보자기에 싸인 선물 세트를 양손으로 든 시민들이 바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향 경주로 내려간다는 김효진(37)씨는 "코로나 때는 마스크 끼고 짧게는 5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제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갈 수 있어서 좋다"며 "오랜만에 가족들은 보니 기대된다"고 활짝 웃었다.
경주로 내려간다는 우복순(59)씨는 "추석이라 결혼한 아들도, 일본에 있는 막내아들도 다 (집으로) 온다"며 "그동안 막내는 영상통화로만 만났는데 무척 설렌다. 가족은 언제나 만나면 반갑고 기쁘다. 다들 조심히 와서 행복한 추석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전날 오후 5시 기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28일 전체 노선에 대한 고속버스 예매율은 95.4%였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고속버스는 99.2%, 서울과 광주는 96.7%, 서울과 강릉은 93.6%까지 예매가 완료됐다.
서울역에서도 서울에서 전국 주요 도시로 가는 KTX열차 표는 대부분 매진되는 등 일찌감치 명절 분위기를 풍겼다. 박모(20)씨는 "일주일이나 되는 연휴에 설렌다"며 "이제 코로나 때문에 아픈 사람들은 많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추석에 다들 건강하게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
추석을 맞아 서울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온 '역귀성객'도 눈에 띄었다. KTX를 타고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김모(84)씨는 "서울 큰아들 집에서 제사를 지내 올라왔다"며 "중국에 있는 막내아들도 내일 오기로 했다"며 기뻐했다.
1년 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김씨는 가족들을 향해 "건강만 하라"는 당부의 말 남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철도를 이용하는 전체 평균 이용객은 120만여 명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14만 명이 늘었다. 철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증편에도 나섰다. 내달 1일까지 나흘간 철도 운행을 기존 5680회에서 5904회로 224회 늘린다.
한국도로공사 등은 귀성 발걸음은 추석 전날인 이날 오전, 귀경 움직임은 추석 다음날인 30일 오후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 대다수가 승용차(92%)로 이동하고, 그 외 버스, 철도, 항공, 해운 순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