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배우 주윤발이 4일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정혜린 기자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4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개막식을 열고 열흘 동안 영화 바다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수장들이 잇따라 사퇴하는 내홍을 딛고 무사히 개막식을 열면서 전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후 해운대 영화의 전당은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일찍부터 국내외에서 찾아온 영화팬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친구, 가족과 함께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각자 기대하는 상영작의 포스터 앞에서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등 추억을 남겼다.
입구와 매표소는 개막식 1시간여 전부터 긴 줄이 만들어졌고 기념품 판매소도 몰려든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부 굿즈는 이미 동이 나 계산대 곳곳에 품절을 알리는 안내 쪽지가 붙기도 했다.
4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관객들이 이른 시각부터 티켓 발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정혜린 기자 지난해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았다는 조경빈(32·여)씨는 "판빙빙 팬인데 언제 또 판빙빙을 직접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경기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평소에 접하기 힘든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고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인 만큼 고생해서 올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이부옥(50대·여)씨는 "개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매년 일본과 서울 등 여기저기 흩어진 친구들과 BIFF가 열릴 때마다 만나 영화를 즐겨온 게 올해로 벌써 10년째"라면서 "좋아하는 영화와 배우 볼 생각에 아침부터 부산에 오느라 너무 설렜다"고 말했다.
4일 배우 판빙빙과 이주영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김혜민 기자 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개막식 행사장에 화려한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고, 레드카펫에 국내외 유명 영화배우와 감독들이 등장하면서 흥겨운 축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올해의 아시아인영화인상 수상자인 홍콩 배우 주윤발을 비롯해 판빙빙, 윤여정, 한효주, 안재홍, 조진웅 등 국내외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자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올해 개막식 레드카펫에서는 공석인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대신해 배우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로서 국내외 손님을 맞았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5월 인사 문제로 수장들이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레드카펫 행사가 끝난 뒤, BIFF 개막식 사상 최초로 단독 사회자로 나선 배우 박은빈의 사회로 개막식 막이 올랐다.
4일 배우 박은빈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배우 박은빈은 "10월인데도 부산은 열기로 가득하다. 첫 단독 사회를 맡게 되어 떨리기도 하지만, 관객분들의 뜨거운 에너지를 받아 개막식을 진행해보겠다"면서 "작품이 인정받고 배우로서 상을 받는다는 게 일할 때 굉장히 힘을 많이 얻게 된다. 열흘 간 좋은 작품도 만나고 국내외에서 수많은 영화인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뒤이어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윤정희를 기리는 추모 영상이 펼쳐지고, 그에게 한국영화공로상이 수여됐다.
수상에 나선 이창동 감독은 "고 윤정희 배우는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이었다"며 "영화 '시'를 함께 찍을 수 있었던 건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따님께 대리 수상할 수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고 윤정희 배우를 기리는 추모영상이 스크린에 나오고 있다. 정혜린 기자 개막선언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제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영화제 관계자 분들을 비롯해 부산이 영화의 도시가 되도록 이끌어준 영화인과 영화팬 분들께 감사하다"면서 "2030 엑스포 유치 결정이 불과 55일 남았다. 엑스포 유치에도 끝까지 관심 갖고 응원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개막선언 직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배우 주윤발이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수상소감에 나선 주윤발은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 1973년에 배우로 시작해 올해로 50년이 된다"면서 긴 시간인 것 같지만 뒤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 한국팬 분들께 긴 시간 동안 사랑과 응원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BIFF 호스트'를 맡은 배우 송강호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시상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개막식 이후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가 영화의전당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연출한 작품으로, 취업 후 부모와 주변의 기대와 달리 한국을 떠나 살고 싶어하는 계나(고아성)가 뉴질랜드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장건재 감독은 개막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작품을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에서 처음으로 오픈했는데, 그때만 해도 왜 이 소설을 영화화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작품의 첫 시작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28번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 '함께 꿈꾸다'라는 슬로건 아래, 영화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픈토크와 액터스 하우스,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객과 직접 소통한다.
이번 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열흘 동안 69개국 공식 초청작 209편과 관객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비프' 작품 60편 등 모두 269편의 작품이 관객들과 만나며,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를 마지막으로 상영한 뒤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