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이강인이 1일 오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중국 선수의 태클을 피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최근 여론조작 시비를 초래한 중국팀의 비정상적 응원투표가 애초 한 한국인 네티즌의 장난에서 비롯됐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아울러 우리 국가대표 축구팀이 다른 나라와 펼쳤던 경기에 상대팀 응원투표가 많았던 경우가 중국 사례 이전에도 부지기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희한한 투표 결과가 일개 네티즌의 장난으로 판명 나더라도, 포털에서 선거와 관련한 여론 조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일개 네티즌의 심심풀이 장난 가능성
지난 2일 새벽 0시 38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VPN Gate 갤러리'에는 '축구 응원 주작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는 다음 포털 내 축구 한중전 '클릭응원' 투표에 중국 응원자가 한국 응원자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직후였다.
작성자는 복잡한 소스코드가 적힌 화면을 캡처해 게시한 뒤 "갖고있는 서버 총동원령 내리고 셀러리 라이브러리 써서 해볼까. 지금은 2대로 돌리는중"이라고 적었다. 댓글에는 다음 포털의 한중전 페이지 링크와 함께 "중국쪽에 몰표 넣는중"이라고 썼다.
이 주장대로라면 여권에서 중국 공산당이나 북한 정권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여론 조작의 실체는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일개 네티즌의 심심풀이 장난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네티즌에게 배후가 존재하거나 애초 주장 자체가 허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주장은 논란 제기 이후인 4일 다음 운영사 카카오 측이 자체 조사를 통해 내놓은 분석 결과와 맞닿아 있다.
카카오의 잠정 결론은 2일 0시 30분쯤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의문의 IP 2건'이 이상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 디시인사이드 게시글과 비교하면 활동 시점, 그리고 IP가 2건이라는 점이 겹친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지난 2일 새벽 올라온 게시물. 현재는 삭제된 상태지만 게시글 원문이 구글 라이브러리에 저장돼 확인이 가능하다.16강 키르기스스탄 응원도 85%
그렇다고 해서 '의문의 IP 2건'이 투표 전체를 좌우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 IP가 본격 활동하기 전인 1일 저녁 10시쯤에도 해당 투표는 중국팀 응원자가 과반(56%)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경기에 대한 국내포털의 투표치고는 의외의 결과다.
다만 다음 클릭응원 코너에서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 상대국에 투표가 몰렸던 사례는 이번 중국과의 아시안게임 8강전 이전에도 종종 있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에서도 상대국 응원 비율이 한때 85%까지 올라갔고, 심지어 여자축구 8강전에서는 상대인 북한팀에 75%의 응원이 몰렸다고 한다.
네이버의 경우에도 다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응원투표를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상대국 응원자가 더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야구 시합에 부쳐진 네이버 투표에는 양팀 응원이 도합 8천만명으로 대한민국 인구를 넘어서는 당혹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클릭응원 페이지 캡처. 2일 오후 4시 50분 기준 중국팀 응원이 93%로 대한민국팀 응원을 압도하고 있다.국힘 "그렇다 하더라도 포털은 문제"
국민의힘은 만약 이처럼 한중전 투표가 네티즌 장난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포털사이트를 둘러싼 여론조작 의혹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개인의 일탈이 전체 여론 형성을 왜곡할 우려가 있고, 혹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나 내년 총선때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들이 '장난 가능성'을 묻자 "있다. 다만 혹시 나중에 보궐선거나 총선때는 민주당 세력이 들어올 수 있지만 이번 축구경기는 중국을 좋아하는 세력이 작전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개 유저(이용자)의 장난으로 생길 수는 없는 사안"이라며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포털 체제는 다양한 여론을 반영해야 하는데 누가 들어와서 장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