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ILO 추가 제소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협약 위반 행위 관련 추가 증거를 ILO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며 정부가 노정교섭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희영 기자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지난 6월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권고한 노·정 교섭 제도화 이행을 촉구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양대노총 공대위)는 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가 기본협약 98호(단결권·단체교섭권)를 위반한 사실에 대한 추가 증거자료를 ILO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ILO 협약 비준에 따라 공공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은 정당하게 보장돼야 함에도 협약 비준 2년이 넘도록 공공노동자의 단체교섭권 향유는 어렵기만 하다"고 규탄했다.
이어 "ILO 권고 이후 100일 가까이 지났음에도 정부는 지난 8월 공공노동자의 노·정교섭 요구에 동문서답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은 채 공공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한국노총 금융노조 박홍배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노사 교섭은 기재부가 쳐놓은 행정지침과 경영평가라는 덫에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 1인당 복리후생비는 2013년 332만 원에서 2022년 188만 원으로 10년간 43.4% 삭감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하락하는데 교섭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50만 공공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라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은 "공공자산 14조 원 매각 결정도, 1만 2천 명 정원 감축도 30분만에 결정했던 기재부가 ILO 권고 이후 수개월을 침묵하다가 이제야 권고 취지를 고려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격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ILO 추가 제소 이전에 공공 부문 노·정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교섭 의제로 △공공서비스 민영화 중단 △공공기관운영법 전면 개정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중단 △공공기관 인력감축안 등 폐기 △공공부문 실질임금 인상 및 총인건비 제도 폐지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5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기관 노동기본권 침해 실태 증언 및 ILO 제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제공
앞서 ILO는 지난 6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48회 회의에서 한국 정부에 노·정 교섭 제도화를 권고하는 내용의 '결사의 자유 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 국제공공노련이 기본협약 98호 위반으로 한국 정부를 제소한 데 대해 ILO가 노조쪽 손을 들어준 결과다.
ILO는 그간 공공기관 노사 단체교섭에서 정부 예산운용지침 등 각종 지침이 결정적 영향력을 끼쳐온 만큼 정부를 사실상 '사용자'로 보고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에 정부 지침이 공공기관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지침 수립 과정에서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노·정교섭 협의체를 만들라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2021년 4월 ILO 기본협약 중 △제29호(강제노동금지) △제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제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호)을 비준했다.
이달 말과 다음달 말에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와 ILO 전문가위원회가 각각 예정돼 한국 정부의 비준 후 협약 이행 여부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박해철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제연합(UN)총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며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한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제 규범을 존중해 공공노동자의 온전한 단체 교섭권을 보장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