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대통령실. 연합뉴스풍수해·한파 등 자연재해 위기 대응 매뉴얼들이 정부의 바뀐 직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에도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서울 금천구)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13개 자연재난에 대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중 올해 개정이 안 된 4개 매뉴얼(풍수해, 지진‧지진해일, 대형 화산폭발, 한파)에 따르면, 유관기관 등 비상연락망에 '청와대 국정상황실 국가위기관리센터' 유선 번호로 잘못 기재돼 있다. 현재 국정상황실은 청와대가 아닌 용산 대통령실에 있다.
해당 매뉴얼들은 정부의 위기관리 목표와 방향, 의사결정 체계, 부처·기관의 책임과 역할 등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개정이 늦어져 정부의 직제와 비상연락망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각 재난별로 컨트롤타워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개정되지 않은 풍수해와 지진‧지진해일 등 매뉴얼에는 재난 상황에서 총괄‧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국가안보실로 기재돼 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의 '낙뢰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올해 7월 개정)'이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연우주물체 추락‧충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올해 5월 개정)'에는 국가안보실이 재난분야 위기 초기 상황 파악, 재난분야 위기 초기상황을 대통령비서실에 전파·협조한다고만 돼 있다. 대통령비서실도 대통령의 위기관리 국정수행을 보좌한다고만 규정했다. 대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대규모 재난의 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한다고 돼 있다.
산림청의 '산사태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올해 1월 개정)'과 해양수산부의 '조수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올해 4월 개정)'의 경우 재난 상황 총괄‧조정이 아직 국가안보실로 그대로 표기돼 있다. 최근 개정됐지만 기준이 뒤죽박죽인 상황이다.
결국 매뉴얼대로라면 미개정 4개 매뉴얼과 해양수산부와 산림청이 개정한 2개의 매뉴얼은 대통령실이, 나머지 7개 매뉴얼에는 중대본이 컨트롤타워를 맡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재난 상황 발생에 따라 각 중앙부처 담당자가 일일이 매뉴얼을 찾아 컨트롤타워가 어딘지 확인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최기상 의원실에 "아직 매뉴얼 정비가 안 된 것은 맞다"면서도 "재정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최기상 의원은 "오송참사와 폭우 피해 등 각종 재난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에 대한 지적이 매번 반복됐지만 아직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하루빨리 해당 매뉴얼을 재정비해 이번 겨울 한파부터 제대로 재난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