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질서 확립의 일환으로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겠다며 전자 시스템을 통한 원천봉쇄를 선언했지만 관련 시스템 구축 미비로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수흥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근로자 출근정보와 대금지급시스템 연계 시스템 가동실적에 의하면 2019년부터 4년 동안 LH 공사 참여 업체에 대해 발생한 임금체불 민원 건수는 61건에 이른다.
총 체불 임금은 13억 1400만 원으로 추후에 지급이 완료됐지만, 이들 중 16건은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10일 이내에 체불이 해소되지 않아 LH가 3년 동안 하도급 참여를 제한하는 관리하수급인으로 지정됐다.
이에 정부는 이같은 임금체불이나 불법 하도급이 근원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지급과정을 투명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공공이 시행하는 공사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것"이라며 "LH 사업장에 구축돼 있는 전자카드와 대금지급 연계 시스템을 여타 사업장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전자카드를 태그해 출퇴근을 확인하는 출근정보 시스템 등 전자시스템을 통해 고용관계·근무일수 등이 제대로 기입되게 함으로써,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임금체불을 막겠다는 것이다.
근로자 출근정보와 대금지급시스템 연계 시스템 가동실적. LH, 김수흥 의원실 제공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출근정보와 대금지급시스템을 연계한 시스템의 가동률은 34.1%에 불과했다.
입찰공고일이 2022년 7월 이전이면서 공사 예정금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그 이후이면서 공사 예정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의무지구와 자율사용 현장은 LH 전자카드제 대상이며, 2019년 6월 19일 이후 도급 계약이 이뤄진 계약금액 3천만원 이상이면서 계약기간이 30일을 넘어서는 현장은 전자적대금지급시스템 대상 현장으로 분류된다.
LH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이러한 대상 현장지구 451곳 중 시스템이 연계돼 가동되고 있는 곳은 154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302개 현장 중 133곳에서 연계된 시스템을 사용한 지난해의 44%보다도 10%p나 낮은 수준이다.
LH는 유지보수 공사와 리모델링 공사 등 주거복지 사업의 신규착공이 많았고, 소규모 공사나 단기간 공사 등 사업 특성으로 인해 현장에서 연계제도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탓에 연계율이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김수흥 의원은 "원희룡 장관이 확대 운영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대금지급 연계시스템은 작년보다 낮아진 34%만 연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키지도 못하는 빌 공(空)자 공약만 남발하는 장관의 허언이 다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