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전문 지식도 없이 일타강사는 왜 하셨어요?"
"국토부 장관 또는 제 지휘하에 있는 간부들이 관여를 해서 부당하게 변경했거나, 부정하게 결탁한 이런 것들에 대한 책임이 나온다면 모든 책임을 저희가 질 겁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는 첫날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정부여당과 야당 간 설전으로 점철됐다.
논란과 관련한 자료제출 요청과 의사진행발언으로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낸 야당 소속 국토위원들은 본질의가 시작되자마자 고속도로 변경안 특혜 여부에 대한 집중 질의를 쏟아냈다.
야당 의원들은 국토부가 국감을 앞둔 지난 5일 공개한 기존안보다 변경안의 효율이 더 높다는 내용의 비용대비편익(B/C) 값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에 나섰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노선 원안인 양서면안은 0.73, 대안노선인 강상면안은 0.83이라는 B/C값을 공개하면서, 대안노선이 사업비가 600억원이 더 들어가지만 교통량이 일일 6078대 더 늘어나 사업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원안과 변경안의 종점이 4분 거리인 점을 가리키며 "기존 종점일 때 고속도로를 안 타던 6천대의 차량이 고작 4분 거리로 종점이 옮겨진다고 해서 갑자기 이 고속도로를 타게 된다. 이게 납득이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 의원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도로 통행에 관한 전문적인 분석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 대답하는 것이 좀 더 책임 있는 답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장관은 전문지식이나 시뮬레이션을 직접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전문 지식도 없이 왜 일타강사는 왜 하셨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배후 인구가 25만명인 3기 신도시로 인해 유발되는 교통 수요가 하루 1천대 가량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기반할 때 인구 60만명인 서울 송파구와 연결되면 교통량이 4천대 가량 증가한다는 국토부 자료를 언급하며 6천대 증가는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고도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종점 간 거리가) 9㎞ 차이인데, 시속 100㎞로 따져보면 5분 거리다. 여러 전문가한테 물어봤는데 5분에 6081대가 증가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며 "환경성도 분석해보니 경제성은 대동소이하고 환경성과 정책목표 부합성은 양서면 노선이 우월한데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겠느냐"고 말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책 변경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질답도 오갔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여러 가지 보고사항 때문에 대통령님 많이 만나셨을 텐데 그 이후에 변화된 상황에 대해서 혹시 대통령 내외분께 보고 드리신 적 있느냐"며 "대통령실에서 충분히 관심을 갖고 비서실장이나 또 정책수석들이 원 장관하고 충분히 협의했을 것 같다"고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원 장관이 "제가 외압을 행사하거나 노선에 대해서 관여 또는 지시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제 선에서 충분히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하자 "처음에는 몰랐다고 할지라도 중간에 충분히 보고받고 또 상황을 지시하고 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간다"고 거듭 의혹 제기에 나섰다.
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만일에 시간이 지나서 양평 고속도로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것은 용역사 책임이냐, 장관을 포함한 국토부 책임이냐"고 묻자, 원 장관은 "국토부 장관 또는 우리 국토부의 제 직접 지휘하에 있는 간부들이 관여를 해서 이것을 부당하게 변경을 했거나, 그에 대해서 제가 부정하게 결탁한 이런 팩트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책임이 나온다면 모든 책임을 그때 저희가 질 것"이라고 답했다.
한준호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B/C 보고서에 대한 경제성 분석 로데이터(원자료)를 달라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원 장관은 용역사의 지적재산권에 해당하는 문제가 있다며 제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로데이터 미제출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원 장관이 평소와 달리 작은 목소리로 답하자 "목소리가 왜 작아지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한준 LH 사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이날 국감장에서는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국토부가 붕괴한 검단 아파트와 관련해 "지하주차장 부분만 조사를 하고 주거동은 조사를 하지 않았다. 주거동을 왜 조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40일이나 지나서 'LH에서 안전 진단을 실시했다'는 답변이 왔다"고 질의했다.
이어 "검단 자이의 정밀안전진단 결과보고서를 보니, 쉽게 말해 불량 골재들이 쓰였다"며 "콘크리트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주거동은 철근 문제가 없는데도 안전진단 결과가 D등급이 나왔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미인증 순환골재를 사용해 D등급이 나온 사실에 대해 "철근이 없으니 순살 아파트라고 했는데 살도 없고, 근육도 없다. 진짜 순살 아파트가 맞는 것"이라며 "국토부에서가 부실공사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신다고 했는데, LH의 다른 아파트도 다 조사를 했을 때 (문제의 아파트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원 장관은 "LH와 GS건설이 책임을 다 하도록 하겠다"며 "자기 책임을 다하도록 감독자로서 책임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만 질문을 한다며 "정쟁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지난번 국토위 전체회의 때 하루 종일 양평 하나 가지고 질의하고 토론하다가 또 차수를 넘겨가면서 또 토론했다"며 "오늘 또 이렇게 모든 양평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철도공사나 인천국제공항공사 감사 때도 양평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야당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