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내년도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자 지원 사업 예산이 100억 넘게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희귀질환자 예산은 올해 대비 31%(-134억) 삭감된 296억이 책정됐다.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저소득층 희귀질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어주기 위해 의료비와 간병비. 장애인보장구 구입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희귀질환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자는 본인부담금의 90%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받고,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을 통해 나머지 본인부담금 10%를 추가로 감면받을 수 있어 의료비 부담이 전혀 없다.
현재 질병청은 저소득층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건보공단에서 치료비 90%를 부담하고, 나머지 10%는 지자체와 질병청이 5대 5로 매칭해 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보통 희귀질환은 진단과 치료 비용이 비싸고, 장기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저소득층 희귀질환자의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복지사업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현황.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제공 이 사업을 통해 매년 2만명 이상의 희귀질환자들이 평균 290만원 상당의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다.
당초 질병청은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초고가 약제 급여 비용을 감안해 올해 예산보다 10% 증액한 472억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에서는 질병청이 요구한 예산에서 31%가 줄어든 296억이 책정됐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예산 현황.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제공예산을 삭감한 건 기획재정부. 삭감 사유는 "희귀질환자에 대한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이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본인부담금 연간 총액이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할 때 초과금액을 건보공단이 환자에게 환급해 주는 제도다.
희귀질환자의 본인부담상한제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건보공단이 지급하는 '환급금'을 두고 기관 간 이견이 커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고가의 경우가 많은데, 상한 금액을 넘어서는 초과 금액 환급을 두고 건보공단과 질병청의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건보공단측은 환자 본인부담금에 한해 환급해주는 게 원칙인 만큼, 질병청과 지자체가 나머지 비용을 부담해 환자 본인이 낸 돈은 '0원'이기 때문에 환급해 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질병청은 환자 대신 부담한 의료비 10% 중 환급 금액이 발생하면 건보공단이 지자체와 질병청이 초과 부담한 금액을 환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입장차가 큰 탓에 희귀질환자에 대한 본인부담상한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시행 날짜나 시행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김영주 의원은 "기획재정부는 희귀질환자에 대한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을 예산 삭감 사유로 들었다"며 "현재 시행 계획도 없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기재부가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 삭감과 본인부담상한제 적용배제로 희귀질환자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예산삭감에 따른 지원 축소는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예산 삭감 후 본인부담상한제까지 미적용되면 의료비 미지급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은 "본인부담상한제의 적용 여부와 시행 시기 등에 대해 예산당국과 주무부처간에 제대로 내용을 공유하고 협의했더라면 추진되지도 않을 사업 추진을 전제로 예산을 삭감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긴축재정 시행을 위해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편성하고 일방삭감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 삭감은 가뜩이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희귀질환자와 가족들을 사지로 내보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약자복지를 외치지 말고 희귀질환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원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