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조항은 피해자가 시행일 이전에 이미 성년이 됐다면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폭행, 강요, 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폭행·강요·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면소는 형사소송에서 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하는 것을 뜻한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처벌법 34조 1항은 완성되지 않은 공소시효의 진행을 피해 아동이 성년에 달할 때까지 장래를 향해 정지시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규정 시행일인 2014년 9월29일 이전에 피해아동이 이미 성년에 달한 경우에는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아동복지법 위반 부분에 대해 피해자가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전인 2013년 7월 이미 성년에 달해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보고,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는데 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모부인 A씨는 2016년 2월~2018년 8월 사이 함께 지내던 B군과 C군을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2019년 7월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6년 조카 B씨의 뺨을 때려 폭행한 혐의를 비롯해 2017년 조카 C씨의 대학교 학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나무막대기 등으로 때리고 삼천배를 하도록 강요한 후 CC(폐쇄회로)TV로 이를 확인한 혐의(강요)로 기소됐다.
또 B씨가 빨래를 제대로 널지 못하다는 이유로 B씨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어깨를 발로 밟아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았다. 여기에 B씨가 미성년자이던 2007~2011년 사이 야구방망이 등으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제때 박을 먹지 못하게 했다는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도 포함됐다.
재판의 쟁점은 2014년 9월 29일 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 34조 1항을 A씨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아동복지법상 신체·정서적 학대의 공소시효는 7년인데 기소할 당시에 이미 8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1, 2심은 아동복지법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면소 판결하고 나머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며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동학대처벌법 34조 1항 시행 이전에 피해 아동이 성년에 도달한 경우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며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특례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피해 아동의 실질적 보호라는 가치와 법적 안정성·신뢰보호원칙 사이의 조화를 도모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