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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법 횡행 '外人 선원 쿼터'…5년간 겨우 28건 걸렸다

사건/사고

    [단독]불법 횡행 '外人 선원 쿼터'…5년간 겨우 28건 걸렸다

    "선원 이름 보니 선주 지인"…'한국인 유령 선원'으로 쿼터제 채워 외국인 선원 '편법 고용'
    '주무부처' 해수부 감독관은 고작 25명…"행안부·기재부와 협의 없이 정원 못 늘린다" 해명
    '어선원보험 운영' 수협중앙회 "단속 업무는 해수부 관할…우리 책임 아냐" 주장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외국인 선원 쿼터제'를 회피하려 가짜 어선원보험 가입 명단으로 '유령 선원'을 만들어내는 꼼수가 국내 어선업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작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인원 부족을 이유로 들며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CBS노컷뉴스와 만난 선원 한모(47)씨는 업계를 떠난 동료 선원들의 빈자리가 이른바 '유령 선원'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한국인 선원 연령대가 거의 70대 초반이고 한국인 선원이 아예 없다. (빈자리를 채우려고) 유령 선원들이 생기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선원들을 고용하는 선주들은 조업활동을 하기 위해 반드시 '외국인 선원 쿼터제'를 지켜야 한다. 예컨대 원양어선은 어선검사증서상 총인원의 85%를 초과해 외국인 선원을 태울 수 없고, 연근해어선은 전체 어선원의 60%를 초과해 외국인 선원들을 채울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 쿼터제를 피하려 일부 선주들은 어선원보험 명단에 이름만 올린 '유령 선원'들을 만들고, 대신 실제 조업활동을 나갈 외국인 선원들을 추가로 편법 고용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한씨는 "선주의 아들, 사무실 직원 등 제3자들의 이름이 (승선 명단에) 올라가고 실제로 조업을 나가는 한국인 선원은 두 사람(밖에 안 된다)"며 "(외국인 선원 쿼터제를 지키면) 거의 전체 어선 중 70%는 조업활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처럼 '편법 고용'이 국내 어선업계에 퍼져있는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어선의 불법 행위를 감독하는 해수부는 사실상 '유령 선원'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미향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간 외국인 선원 승선기준(혼승 비율)을 위반한 사업장은 불과 28곳만 적발됐다. 업종별로 위반 건수를 살펴보면, 연근해어선이 26건으로 대부분(원양어선 2건)을 차지했다.

    심지어 외국인 선원 쿼터제가 2007년부터 시행됐지만, 해수부는 2017년까지 외국인 선원 승선기준 위반 현황은 아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5년 동안 위반 사례를 겨우 30건도 잡아내지 못한 까닭은 해수부의 근로감독관이 25명밖에 되지 않아 실제 현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독관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단속 대상인 전국 원양어선(194척)의 8분의 1 수준. 20톤 이상의 연근해어선까지 합치면 감독관 한 명이 책임져야 할 어선의 수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아진다.
     
    이에 대해 정부로부터 어선원재해보험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 중인 수협중앙회는 '유령 선원' 문제에 대해 "단속 업무는 해수부의 관할"이라며 선을 그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어선원 보험은 정부 정책보험이다. (수협중앙회는) 업무를 위탁해서 운영만 할 뿐 해수부가 관련 제도를 통제하고 있다"며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월권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해수부는 외국인 쿼터제 위반 사업장 단속에 구멍이 뚫린 상황은 알고 있지만,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수는) 해수부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근로감독관을 통해 (위반 사업장을) 단속하고 있고, 노사 합동, 해경 등을 통해서도 단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감독관 인력난 문제를 호소하지만, '유령 선원' 문제가 하루 이틀된 문제가 아닌 만큼 주무 부처인 해수부가 사실상 '유령 선원' 문제를 방치해왔던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함은 물론, 근본적으로 어선업계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서든 한국인들도 어선원 노동자를 선택해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든 노동 환경 등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윤미향 의원은 "선원 근로감독관 부족과 관리체계 부실로 외국인 선원 관련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며 "열악한 외국인 선원의 노동조건 감독을 강화해 전반적인 선원 근로, 복지여건 개선을 위한 해수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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