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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2030 '10명 중 4명' 이상 심한 생리통 경험"

보건/의료

    "여성 청소년·2030 '10명 중 4명' 이상 심한 생리통 경험"

    24일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5차 한국여성건강통계' 결과 일부 발표
    청소년 약 39% "사회활동 어려울 정도"…近절반 생리대 구입부담 호소
    폐경기女 60% 증상 '심각'…전체 피임율 높지만 주기조절 등 '非과학적' 방법多
    "남성보다 '오래' 사는 여성, 더 많이 아파"…근력운동 실천 적고 근골격계 질병↑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주최 아래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한국여성건강통계(5차) 결과보고회'. 이은지 기자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주최 아래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한국여성건강통계(5차) 결과보고회'. 이은지 기자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 '10명 중 4명'은 강도가 심한 월경통(痛)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경우, "정상적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정도"인 비율도 40%에 가까웠다.
     
    아직도 월경통이 일부 여성에 국한된 건강문제라는 인식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여성건강 관련 정책을 고민할 때 유념해야 할 지표라는 분석이다.

    월경·임신·폐경, 그리고 젠더…'여성건강통계' 필요한 이유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5차 한국여성건강통계 결과보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 현황 및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자 진행된 해당 연구용역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수행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여성건강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지난 2014년부터 관련 내용을 쉽게 구성한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통계집을 발간해 왔다. 2020년 이후로는 펴내는 주기가 3년으로 변경되면서, 올 연말 본(本) 보고서 발간이 예정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생애주기에 따른 여성의 △전반적 건강수준 △만성질환 △건강행태 △정신건강 △성·재생산 건강 등 다양한 영역의 통계가 종합적·집약적으로 다뤄졌다.

    연구원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국가 암 통계자료, 암검진 수검행태조사, 가족과 출산조사 등을 토대로 약 10년간 여성들의 건강이 어떤 추이로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성의 건강은 여성(의 건강문제) 자체로 머무르지 않는다"며 "사실은 가족의 건강, 결국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또 "그간 보건의료에서 별로 관심을 받지 않았던 여러 영역, 특히 여성건강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은지 기자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성의 건강은 여성(의 건강문제) 자체로 머무르지 않는다"며 "사실은 가족의 건강, 결국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또 "그간 보건의료에서 별로 관심을 받지 않았던 여러 영역, 특히 여성건강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은지 기자
    연구원의 임중연 보건연구관(유전체역학과)은 '여성건강' 관련 통계를 별도 산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임신이나 출산, 월경·폐경 등 남성과 다르게 여성만이 경험하는 고유한 건강상태와 그에 따른 질병 발생,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남녀가 모두 걸리는 질병이라 해도 원인이나 증상, 예후, 치료방법이 다른 경우 또한 분명히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생물학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사회·경제적인 성(性), 즉 젠더 차이로 인한 건강문제도 (통계를) 살펴봐야 할 중요한 이유"라며 "여성은 수입·고용 측면에서 남성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제약이 여성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 불문' 여성 과반 월경문제 경험…"생리대 비용 부담돼"


    연구원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성 청소년(13~18세)의 94.3%는 월경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4.9%만이 아직 '초경 전'이라고 답했다.
     
    '초기 성인'으로 분류된 19~39세 여성도 '무(無)월경 상태'라고 답변한 비율은 4.3%에 그쳤다. 반면 중·장년(40~64세)의 절반 이상(50.9%)은 이미 폐경기였고, 폐경으로 이행하는 시기인 여성도 9.4%나 됐다.
     
    월경주기가 불규칙한 경향은 청소년층(46.0%)에서 가장 뚜렷했다. 초기성인과 중·장년 여성은 각각 63.8%, 71.6%가 매달 비슷한 시기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여성은 대다수가 '월경통'(생리통)이라 부르는 월경곤란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은 76.4%, 초기 성인 84.1%, 중장년 63.3% 등 연령별 차이는 있었지만 세대를 통틀어 과반이 월경시기 통증을 느낀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제공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제공
    '강도 7점 이상'(10점 만점)의 심한 생리통을 경험한 비율은 19~39세 여성이 48.9%로 청소년(42.4%)·중장년(28.0%)에 비해 더 높았다.
     
    초기 성인은 생리통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여성도 15.9%로 제일 적었다(청소년 23.6%, 중장년 36.7%). 그만큼 달마다 찾아오는 월경통이 익숙하다는 의미다.

    나이에 따라 약 65%에서 87%는 일명 PMS(Premenstrual Syndrome)라 불리는 월경전(前) 증후군을 경험했고, 비정상 자궁출혈(AUB·Abnormal Uterine Bleeding)도 초기성인 28.6%가 공유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다만, 월경이 사회활동에 '지장'이 된 사례는 청소년이 최다(38.9%)인 것으로 조사됐다. 20·30대 여성은 16.1%, 중·장년은 8.7%가 각각 월경시기 외부활동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여성청소년 중에서는 생리대 등 월경용품을 구입하는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도 절반 가까이(49.4%) 됐다. '직접 구매하지 않음'을 제외하면, 66.5%에 달하는 비중이다.

    전체 피임율 높지만…'생리주기' 등 非현대적 방법 활용 여전

     
    국내 가임기(15~49세) 여성의 전반적 '피임율'은 81.5%로 높은 편이나, 해외에 비해 '현대적 피임'(modern methods) 실천율이 상당히 낮다(47.3%)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현대적 피임에는 콘돔을 포함해 경구피임약·난관결찰술·정관수술 등이 들어간다. 비교적 성공확률이 높은 과학적 방법들이라 할 수 있다. '항상 피임실천율'도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53.4%)으로 나타났다.
     
    가장 자주 쓰인 피임방법은 역시 '콘돔'(54.0%)이었다. 하지만 △월경주기 조절(32.7%) △질외사정(29.4%) 등의 불완전한 피임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제공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제공
    관련 연구를 수행한 천희란 중원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방법을 써도 충분히 '피임'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남성들이 콘돔을 사용하기 싫어하는 경우도 여전히 있다고 한다"며 "안전피임 실천도 심각한 문제인데 국내에선 별로 환기가 안 되고 있는 부분 같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심한 폐경증상'에 대한 치료·관리가 부족한 상황도 문제로 꼽았다.
     
    연구에 따르면, 폐경기 이행 중에 있거나 폐경한 여성의 약 60%가 피로감, 관절 및 근육 불편감 등 심한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증상 완화를 위해 가장 흔히 활용된 방법은 건강기능식품(폐경이행기 57.3%, 폐경기 47.5%)으로, '운동'과 '병원진료'가 뒤를 이었다.
     
    천 교수는 피임을 비롯한 포괄적 성교육과 함께 임신중지 서비스를 위한 보완입법·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국내 여성의 기대수명(86.6세)은 남성(80.6세)보다 6년이 길었지만, 스스로 '내가 건강하다'고 평가하는 주관적 건강수준은 더 낮았다.
     
    '오래 사는' 여성인구가 더 많다 보니, 고령층일수록 만성질환 등 그에 따른 질병부담도 더 높아지는 추세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특히 16.4%로 남성(32.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근력운동 실천률 등 상대적으로 적은 신체활동도 유병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골관절염에 걸린 여성은 10.3%로 남성(3.8%)의 약 3배였고, 골다공증 환자 또한 여성(7.1%)이 남성(0.7%)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성의 건강은 여성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나아가 국가의 건강 문제와도 직결된다. 여성건강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여성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통계 산출과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이 건강한 삶을 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립보건연구원 제공국립보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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